1990 년대 전세계 게이머들을 열광시키며 PC 방 좀비를 양산했던 스타크래프트를 기억하시나요 ? ' 응답하라 ! 스타크 ' 는 전설의 프로게이머들의 근황을 인터뷰로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 스타크래프트와 함께했던 추억을 공유하겠습니다 .< 편집자주 >


[스포츠서울 박경호기자]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타로 성장한 게이머도 있지만, 그 뒤에는 빛에 가려진 더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존재한다.


'날빌귀' 강구열(32)은 짧은 선수 생활 동안 뜨거운 전쟁터 한복판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선수들 뒤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또 다른 커리어를 쌓고 있는 강구열의 스타크래프트 스토리를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프리카 TV에서 ASL을 담당하고 있는 강구열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근황이 궁금해요.


아프리카 TV에서 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담당하고 있어요. 그 외에는 배틀그라운드나 LOL 같은 대회들도 도와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거죠?


기획이요. 예를 들면 어떤 맵을 썼을 때 경기 양상이 어떻게 펼쳐지고 그런 큰 그림을 짜는 역할을 많이 해요. ASL이 시즌 8까지 진행됐는데, 재미있는 대회를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ASL 대회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없잖아요. 공식화된 대회가 거의 없어서 ASL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예전의) 추억도 느낄 수 있고, 재미도 있으니까.


Q. 스타크래프트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동네에서 게임 잘하는 소년이었죠.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커리지 매치에 나갔는데, 운좋게 한 번에 따서 MBC 게임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렇게 프로게이머가 됐죠.


Q. 프로게이머의 길,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제가 2006년에 입단한 걸로 기억해요. 그때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어요. 어머니는 공부를 하라며 반대하셨죠. 아버지는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많이 밀어주셨어요.


Q 프로게이머가 안 됐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어렸을 때 장래희망은 우체부였어요 (웃음). 소소하게 시골에서 우체부 아저씨들처럼 사는 게 꿈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시선과 많이 다를 수 있는데... 그냥 평범하게 살지 않았을까요?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남들이 할 수 없는 생활을 했으니까 뜻깊은 시절이었다고 생각해요.

Q. 닉네임 '날빌귀 (날카로운 빌드의 귀재)', 본인이 생각해도 잘 어울리나요?


그 당시에는 제가 전략을 많이 쓰는 선수라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닉네임에 만족은 하는데 의미가 약간 갈려요. '공짜로 먹는 선수' 아니면 '진짜 날카롭게 이기는 선수'로 나누어지는데, 저는 좋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Q. 본인이 생각해도 번뜩였던 빌드가 있을까요?


저는 기존 선수들과 다르게 SCV를 덜 뽑고 가난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10배럭 10가스에서 SCV가 쉬면서 빠르게 레이스를 가는 빌드를 서지훈 선수와 경기에서 보여준 적이 있죠. 그런 것처럼 조금 가난하게 빠르게 하는 빌드를 썼고, 많이 먹혔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Q. 게이머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06년에 그랜드 파이널 팀플 우승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그때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엄청났어요. 너무 떨렸는데, 경기를 이긴 후 감격스러웠던 느낌을 잊을 수 없죠.

Q. 김창희 선수와 설전도 유명하시죠.


(웃음). 저는 선수들과 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에요. 그때 창희는 잘 모르던 때였는데, 김창희 선수가 개구쟁이 같은 스타일이었어요. 자꾸 저를 도발하더라고요. 저는 사실 테테전(테란 vs 테란)은 자신 있었거든요. '쟤는 왜 자꾸 도발하지?' 생각이 들어서 "버그 쓰는 테란한테 지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나왔던 것 같아요.


Q. '강라인'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실 갤러리 (디시인사이드 강구열 갤러리)가 생긴 것도 그렇지만 제가 모르는 상태에서 만들어졌어요. 게임하고 있는데 염보성 선수가 와서 "형 갤러리 생겼어 대박이야"라고 말했어요.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게 좋았어요.


저는 저를 깎아내리는 것에 크게 신경을 안 써요. 그리고 '강라인'이라는 의미가 반짝였다가 3 대 0으로 지는(?) 그런 분들한테 많이 붙는 별명인데, 사실 그것도 그 위치까지 가려면 잘 해야 돼요. 높은 곳에서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나쁜 의미는 아닌 거죠.

Q. 2009년 9월 10일 (910=구열) 은퇴 선언, 의도한 건가요?


아니요. 9월 10일인 줄 몰랐어요. 그때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셨어요. 다음 해까지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려고 했는데,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려면 빨리 군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은퇴를 결심하고 글을 썼던 게 9월 10일이었던 것 같아요.


Q.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하셨는데...


많이 아쉬웠죠. 사실 아버지가 건강하셨으면 더 오래 했을 거라고 생각도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쁘지도 않은 것 같아요. 빠르게 군대를 갔다온 건 좋은 경험이었고, 회사도 잘 다니고 있으니까. 게이머로 더 도전하지 못한 부분은 게임을 기획하면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Q. 공군 현역 입대를 했는데, 당시 공군 에이스가 있지 않았나요?


있었죠. 있었는데 테란 T.O가 없어서 현역으로 가게 됐어요.


Q. 그럼 제대 후 바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건가요?


아니요. 군대에서 바리스타를 하려고 공부하고 자격증도 땄어요. 막상 제대하고 바리스타를 해보니까 현실이 또... 막막하더라고요. 적성에 잘 안 맞는다고 느껴서 회사를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프리카 TV를 보다가 구인구직 광고가 있길래 지원했는데 잘 돼서 입사하게 됐죠.


Q. 스타크래프트2로 복귀할 생각은 안 해봤나요?


했었죠. 군대에 있을 때 스타2를 하려고 방송도 보고 했어요. 근데 막상 나와보니까 스타2가 제 성향과 잘 안 맞더라고요. 게임 자체가 빠르고 정신도 없고... 포기했어요 (웃음).

Q. ASL 예선에 직접 참가도 하셨던데요.


시즌 1부터 나갔어요. 사실 저는 관리자 입장에서 대회를 가게 되는데, 대회를 참가하면서도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갔거든요. 시즌 4까지 나가고 현장 관리에 집중해야 할 것 같아서 그 이후에는 안 나갔어요. 사실 다시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스타에 대한 감은 아직 있으니까.


Q. 선수가 아닌 진행자로 ASL을 바라보면 느낌이 어때요?


재밌어요. 예전에 제가 프로게이머였을 때 보던 PD, 작가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어요. 동네 아저씨나 동네 누나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제가 기획을 하고 같이 일하면서 리그도 만드니까 그런 부분이 재밌는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 분들도 후배들이라서 커뮤니케이션도 잘 되고 좋게 하고 있습니다.


Q. 대회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스타1이 밸런스 부분에서는 좋다고 볼 수 없는데, 밸런스를 맵으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신맵을 많이 만드는데, 만들면서 고충이 많아요.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서 '제대로 된 맵을 만든 게 맞는 건가?' 생각도 하게 되고, 밸런스를 최대한 맞춰야 되다 보니까 그런 스트레스가 있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새로운 맵이 나와야 게임을 보는 분들이나 하는 분들이 좋아하시니까 계속 재미있는 맵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강구열이 바라본 현재의 E스포츠


제가 처음에 E스포츠를 하면서 봤던 모습보다 많이 성장했죠. 게임도 더 다양해지고, 체계적이고 견고해진 것 같아요. 아프리카 TV도 E스포츠 쪽에서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시장은 좋아진 것 같은데, 앞으로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대회를 만들기 위해서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Q. 강구열에게 스타크래프트란?


제 인생이죠.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 프로게이머가 되서 선수 생활을 했었고, 군대에서도 "너 프로게이머지"라면서 스타를 시켜요. 선임들과 스타를 하고, 제가 선임이 되면 후임들에게 스타를 시키고... 사회에 나와서도 아프리카TV에 들어오면서 스타크래프트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다 보니까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한 시간이 15년이 넘어요. 인생이죠. 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Q. 스타 팬들에게 전하는 말


ASL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저희도 최대한 재미있는 대회를 만들기 위해 항상 귀 열어놓고 있으니까 문의도 많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 함께 만들어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워낙 오래된 게임이라서 필요한 부분이나 안 좋은 부분은 고쳐가면서 더 좋은 대회를 만드는 게 모토라고 생각해요.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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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경호기자 park5544@sportsseoul.com, 유튜브,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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