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블리
삼성 라이블리. 1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SK와 삼성의 경기. 2019. 8. 13.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영점이 잡히니 무서운 투수로 돌변했다.

삼성의 대체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는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완봉승을 따냈다. KBO리그 입성 후 첫 선발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하며 진한 인상을 남겼다. 이로써 삼성은 올시즌 한화를 상대로 노히트노런(덱 맥과이어)과 완봉승을 달성하며 한화 천적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화 타선을 상대로 보여준 라이블리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9이닝 동안 총 104개의 공을 던졌는데 스트라이크가 무려 85개였다. 80%가 넘는 확률이다. 또한 볼넷과 사구가 한 개도 없었다. 그만큼 라이블리가 뛰어난 제구력을 구사했다는 의미다.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 13일 SK전에서 사사구를 7개나 범한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구위는 더 강해졌다. 지난번 등판때보다 3개 많은 12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라이블리는 자신의 강점으로 ‘공격적인 피칭’을 꼽았는데, 이날 위력적인 투구를 앞세워 한화 타선에 공격적으로 임한 것이 주효했다.

한화전에서 보여준 라이블리의 투구는 분명 인상적이지만 마음을 놓을 순 없다. 맥과이어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맥과이어도 지난 4월 21일 한화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적이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등판 경기에서 제구 난조가 반복되면서 노히트노런의 상승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중도 퇴출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마주해야 했다. 완봉승은 가치있는 기록이지만 상대가 전력이 떨어지는 9위 한화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아직 강팀을 상대로 검증이 되지 않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그럼에도 라이블리에게 기대가 되는 건 데뷔전에서 자신이 느꼈던 부분을 바로 다음 경기에서 보완해 완벽히 달라진 피칭을 했기 때문이다. 라이블리는 SK전 이후 제구가 마음대로 잡히지 않았던 이유로 마운드 적응을 꼽았다. 하지만 한화전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공을 꽃으면서 마운드에 100%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제구력이 뒷받침되고 강력한 구위가 있으니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갔고, 공격적인 피칭이 가능했다. 제구력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보인 맥과이어보다는 더 믿음이 가는 게 사실이다.

로테이션상 라이블리는 오는 25일 홈에서 키움을 상대로 3번째 등판 경기를 갖는다. SK에 이어 강타자들이 즐비한 강팀을 상대로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선다. 라이블리가 키움을 상대로도 완봉승의 기운을 이어가 오랜 기간 삼성을 괴롭혀온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끝내줄 구원자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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