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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롯데백화점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과 같은 대규모유통업자의 가격할인 행사에서 대규모 유통업자가 할인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도록 하는 지침을 추진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해당 지침이 시행되면 그동안 봄·여름·가을·겨울·연말 등 통상 연 5회 실시해 오던 정기세일에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향후 정기세일이 사라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백화점 납품업체 측은 자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을 뜻을 보였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 지침’ 제정안을 추진,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오는 3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특약매입’이란 백화점, 아울렛, 대형마트 등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체로부터 반품을 조건부로 상품을 외상 매입해 판매한 후, 판매 수수료를 공제한 상품 대금을 지급하는 거래다. 백화점 등 대규모유통업자의 정기세일이 특약매입에 해당한다. 국내 주요 백화점의 약 72%, 아울렛의 약 80%, 대형마트의 약 16%에 해당하는 매출이 특약매입거래로부터 발생한다.

공정위는 2014년 특약매입거래 과정에서 소요되는 각종 비용의 부담 주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특약매입 지침을 최초로 제정했다. 공정위는 특약매입 비중이 여전히 높은 만큼 현행 지침을 폐지하고 내용을 보완해 다시 제정키로 했다. 공정위는 새롭게 개정되는 지침에 대해 “대규모유통업자가 가격 할인 행사 시 자신이 부담해야 할 판촉 비용을 납품업자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규모유통업자가 50%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공동 판촉 행사 비용의 예시로 가격 할인 행사에 따른 가격 할인분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정상가 1만원의 제품에 대해 20% 할인하는 행사에서 백화점 등 대규모유통업자는 가격 할인분의 50%에 해당하는 1000원을 직접 납품업자에게 보상하거나, 제품에 적용되는 판매 수수료율을 이 금액만큼 낮춰야 한다.

공정위는 특약매입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납품업자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막고자 했으나 백화점 업계는 정기세일 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백화점협회에 따르면 공정위 지침이 시행돼 백화점이 할인 비용의 50%를 부담할 경우 해당 백화점의 영업이익 감소율은 25%에 달하는 반면, 할인행사가 없는 경우 영업이익 감소율은 7~8%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백화점이 정기세일을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민관 주도로 매년 개최되는 세일 행사에 백화점을 비롯한 대규모유통업체들이 불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내달 1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의 지침이 백화점 측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침이 확정되면 대응방안을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납품업체의 반응은 백화점 업계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 백화점 납품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백화점에 입점한 국내 브랜드가 해외 브랜드에 비해 판매수수료가 더 높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공정위의 지침을 통해 모든 브랜드가 판매수수료 부담에 있어 형평성을 가지게 된다면 환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화점이 정기세일 자체를 없앨 수 있다 지적에 대해 “사실상 백화점 측의 갑질”이라면서 “정기세일이라는 혜택이 있기 때문에 백화점에 입점하는 납품업체에겐 비중이 높은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손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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