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올림픽기 앞세우고 입장하는 러시아 선수들
러시아 선수들이 2018년 2월9일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올림픽기를 앞세우고 입장하고 있다.  평창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징계에 불복한 러시아의 승소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러시아가 ‘메이저 대회 4년 출전 정지’ 처분을 결국 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 가져간다. 미국 ‘AP통신’을 비롯해 해외 통신사들은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가 절차에 따라 27일 WADA의 징계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WADA는 지난 9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 특별회의를 열고 러시아반도핑위원회(RUSADA)에 4년 자격 정지를 내리기로 만장일치 결의했다. 이 결정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각 종목 세계연맹 및 협회가 따른다면 러시아는 앞으로 4년간 주요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도, 국가대표팀을 출전시킬 수도 없다.

당장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만큼, 러시아가 꿈꾸는 최상의 결과는 징계가 완전히 해제되는 것이다. 그러나 RUSADA가 올해 초 WADA에 제출한 소치 올림픽 약물 검사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지난 9월 제기됐고, 조사 결과 실제 약물 테스트 중 다수가 삭제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번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적어도 징계 기간을 줄인다면 러시아로서는 제소한 의의가 있다. 당장 도쿄행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2021년으로 끊긴다면 이듬해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물론 카타르 월드컵까지 출전할 수 있다. 동계 종목 강국으로 꼽히는 러시아가 현실적으로 꿈꿔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최악에는 오히려 징계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WADA가 내린 이번 징계의 수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와 비슷하다. 국가 자격의 참가는 불가능하지만 도핑 규정을 모두 통과해 결백이 입증된 선수에 한해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라는 제한 신분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CAS가 이보다 강경한 입장을 가진다면 러시아 국적의 선수 전부의 국제대회 출전길이 막힐 수 있다. 실제로 미국반도핑위원회를 비롯해 주요 단체에서는 평창 대회보다 더 강력한 조치인 ‘러시아 선수 전체의 올림픽 출전 금지’를 줄곧 주장해왔다. 자신의 명의로 항의 서한을 보낸 유리 가누스 RUSADA 대표 역시 “현재 러시아에 내려진 제재는 최대한의 조치가 아니다. 모든 선수의 출전을 금지하는 내용의 더 강력한 조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법원이 오히려 새로운 선수들을 징계 대상에 포함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WADA의 결정은 올림픽 헌장에 위배된다.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상식과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는 CAS에 제소할 모든 근거가 있다”고 직접 반발한 상황이다. RUSADA로서도 일단 빼 든 칼을 다시 넣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을 비롯해 2020 도쿄올림픽과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 일정을 치르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 역시 CAS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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