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KIA 양현종이 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자체 홍백전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영광이다.”

‘대투수’ 양현종(32·KIA)은 올해 KBO리그에 입성한 새 외국인 타자들에게 이미 유명인사다. 영상으로 접했을 뿐인데도 양현종의 구위와 경기운영 능력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양현종은 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자체 홍백전 선발등판을 마친 뒤 “기사로 소식을 접했다. 고맙고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시즌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포토]LG 라모스, 아차! 공을...
LG 라모스가 8일 잠실구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수비 훈련을 하던 중 공을 놓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이다. LG가 큰 기대를 안고 영입한 로베르트 라모스(26)는 지난 8일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잠실구장 훈련에 복귀했다. 그는 “쉬면서 할 수 있는건 간단한 스트레칭 정도였다. 구단에서 준비해준 영상으로 KBO리그 투수들을 지켜봤는데 KIA에 고글을 쓴 왼손 투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름을 외우진 못했지만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설명한 셈이다. 라모스는 “구단 전력분석팀에게서 워낙 좋은 투수라는 얘기를 들었다. 전체적으로 완벽한 투수”라고 극찬했다. 경계심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야구를 한 선수들은 강한 상대를 인정하는 문화가 있다. 세인트루이스에 입성한 김광현을 보고서도 팀 동료뿐만 아니라 상대한 타자들 모두 “매우 좋은 공을 던진다. 정규시즌 때 제대로 붙으면 정말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한 게 대표적인 예다.

자가격리 중인 키움 테일러 모터도 “고글을 쓴 왼손 투수가 인상적이었다. 공이 워낙 좋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인 모터 역시 격리 기간 동안 상대팀 전력분석을 위해 ‘열공’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왼손투수 중 현역 최다승(136승)에 올라 있는 양현종은 구위와 제구, 완급조절 등 삼박자를 모두 갖춘 투수로 정평이 나 있다. 올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재자격을 얻는데, 이미 메이저리그(ML) 몇몇 팀에서 구체적인 영입 전략을 세울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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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새 외국인 선수들이 자신을 최고로 지목한 것에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신경쓰지 않고 시즌 준비를 잘 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미 자신을 향한 현미경 분석이 시작됐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리그 최고 투수인 만큼 상당히 방대한 자료가 축척돼 있고, 상대팀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작은 약점이라도 집요하게 파고들기 위해 분석한다. 양현종이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자체 홍백전을 치르는 동안 변화구 제구에 더 철저히 신경쓰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경기에서 최고 구속 147㎞를 기록한 양현종은 “몸상태는 전체적으로 좋다. 아픈 곳이 없어서 시즌 준비에 큰 어려움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오는 21일부터 시작할지도 모르는 팀간 교류전이 문제없이 끝나면 5월초 개막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즌 초반은 무관중으로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양현종은 “관중이 없으면 집중력이나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진단했다. 그래도 ‘대투수’ 답게 “이겨내서 최고의 기량을 펼쳐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