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정찬헌 \'역투\'
LG 정찬헌. 사진 | 스포츠서울 DB

[대전=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나도 저렇게 겁 없이 던질 때가 있었는데…”

지난 27일 LG가 대승을 거둔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무려 4390일 만에 선발승을 거두며 이날의 수훈선수가 된 정찬헌은 팀 후배 이민호(19)의 이름이 나오자 이런 얘기를 했다. 현재 LG는 5선발 자리에 정찬헌과 이민호를 번갈아 10일 간격으로 투입하고 있다. 둘이 연차는 무려 12년. 2020 신인인 이민호는 젊은 투수 보호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선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면, 데뷔 시즌 이래 내내 중간계투로 나섰던 정찬헌은 실질적으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 상태다. “민호에게는 조언할 게 없다”던 그는 “나는 이제 노련하게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정찬헌의 야구 인생은 녹록지 않았다. 2016년 허리 통증을 안고 끝까지 마무리 경쟁을 하며 스프링캠프를 완주했지만, 결국 재활만으로 해결되지 않아 4월 수술대에 올랐다. 경추 인대의 석회화를 제거하는 결코 간단치 않은 수술이었다. 그해 9월 뒤늦게 복귀한 뒤에는 다신 칼을 댈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2018시즌 마무리로 27세이브를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2019년 다시 허리가 말썽을 부렸다. 적지 않은 나이인 만큼 수술대에 다시 오른다면 선수 생활을 담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해 6월 결단을 내렸다.

2020시즌 선발 전환은 비시즌부터 차분히 준비한 작업이었다. 정찬헌은 “솔직히 선발을 다시 하게 될 줄 몰랐다. 수술 때문에 돌아오게 된 거다. 연투하기 보다는 한 경기에 힘을 쏟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먼저 보직을 요청했다”며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 가지 않고 이천에 머무르며 투구수를 늘려가는 과정을 거쳤다. 현재까지도 선발에 적응해가는 단계”이라고 설명했다.

수술 후 치르는 첫 시즌인 만큼 올해는 사실상 재활의 연장선에 있다. 승수 욕심을 부리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목표도 “민호와 합쳐 10승을 하는 것” 정도로 소박하다. 정찬헌은 “수술 이후 운동하는 방식, 공 던지는 방법, 준비하는 스케쥴 등 많은 게 변했다. 차츰 적응하며 좋아지고 있어 현재까지는 만족한다”며 “힘으로 던지던 시절에 비해 구속이 안 나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마운드에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 타자를 어떻게 잡아내기 위해 더 노련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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