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배우 이정진이 데뷔 후 가장 강렬한 빌런으로 변신했다.

이정진은 최근 종영한 SBS ‘더 킹-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에서 금친왕 이림으로 분했다.

역모를 벌인 역적인 그는 평행세계를 넘나들며 균형을 깨트리지만, 결국 이곤(이민호 분)에게 참수 당하며 처참한 최후를 당하고 만다.

이정진은 “이림에게는 새드엔딩이지만 모두에겐 해피엔딩으로 끝나 다행인거 같다”고 웃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촬영이 쉽진 않았다. 장소를 섭외하는 것도 큰 일이이었다. 그래도 9개월간 아픈 사람 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든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배우들과의 만남이 미워지고 있다는 이정진은 “맥주라도 한잔 하면서 소회를 풀고 싶은데 시국 때문에 그러기 쉽지 않지만, 작품을 할때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느냐가 참 중요한 부분인데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고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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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뿐 아니라 작품면에서도 ‘더 킹’은 이정진의 연기인생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3년만에 드라마 복귀작이었던 ‘더 킹’으로 가장 강력한 악역에 도전했다. 그는 “물론 과거에도 악역은 했었지만, 결이 다른 악역이었다. 시대로 세계도 넘나들고, 40대의 외모인데 70대의 나이니까 그런 점을 잘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며 “분장 도움도 받았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어서 6~7주간 하루에 달걀 2개만 먹으면서 지냈다. 바로 9kg가 빠지더라. 다행히 화면에서는 잘 표현이 된거 같아 좋다”고 만족했다.

이처럼 열과 성을 다한 ‘더 킹’은 이정진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감독님, 작가님에 대한 신뢰가 컸지만 그럼에도 처음에 제안을 받고 오히려 ‘왜 나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이민호과 대립하는 장면에 대한 그림을 그렸을때 내가 떠올랐다 하시더라. 너무 감사했다”며 “김은숙 작가님 작품은 대본이 궁금하다. 그게 바로 대본의 힘인거 같다. 배우가 하다보면 자기 것에만 빠지게 되고 그럴수밖에 없음에도 대본을 보면서 다음은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더라. 몰입도도 남다르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더 킹’은 초반의 관심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그는 “내가 할 몫만 하기에도 바빠서 다른 외부적인 요인까지 신경쓸 시간이 없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이정진

하지만 ‘더 킹’은 이정진에게는 많은 것들을 바꿔놨다.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어서 그런지 SNS 팔로워와 댓글수가 현격이 증가했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체감이 되더라”며 “차기작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서 빠르게 다시 다른 작품으로 뵐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어느덧 현장의 맏형이 된 이정진은 이민호, 김고은 등 후배들에 대해서도 “누구 한명이랄것 없이 모두 성격이 모나지 않고 좋았다. 마지막에는 스케줄에 쫓기기도 하고 타이트 했는데도 잘 지내는구나 싶었다”며 미소지었다.

어느덧 데뷔 20년차도 훌쩍 넘긴 이정진. 별다른 구설수 없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처음에 일을 시작할때 본게 원빈이었다. 난 너무 평범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정신차려보니 벌써 20년이 넘게 흘렀다. 최대한 이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을 안 믿으려고 한다. 그럼 일이 생기더라. 사고치지 말자란 마음도 커서 술을 마시러 가도 차를 놓고 가거나 아예 원인조차 만들지 않으려 한다”며 “또 어찌보면 잘 버틴거 같다. 아픔의 시기에서 포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름 잘 견뎌냈다. 끄트머리 붙잡고 잘 버텼다. 비행기에 비유하자면 다양한 비행기들이 있지만 경비행기처럼 사고 없이 평화롭게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이정진은 “‘더 킹’을 시작할땐 소속사도 없었는데, 요즘 여러 군데서 연락이 온다. 새 회사도 곧 생기지 않을까 싶다”며 “‘더 킹’으로 많은 것들을 또 다시 배우고 깨닫고 얻었다. 예능 제안도 들어오고 빠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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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화앤담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