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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故 최숙현의 비극은 팀을 관리감독해야할 경주시청의 방관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적 우선주의에 선수 한 명에게 팀 전체가 휘둘리는 것을 묵인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故 최숙현이 생전 가혹행위를 참아가며 뛴 경주시청 철인3종경기 팀은 경주시체육회 직장운동경기부 소속이다. 경주시청이 근본적인 관리와 책임 주체다. 고인과 그의 가족은 지난 2월부터 그간 경주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대한체육회 등 각 책임 단체에 가혹행위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고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들이 없었다. 특히 팀을 관리하는 시와 경주시체육회는 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최근 관리 담당자가 바뀐 것을 핑계삼아 사건의 진상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둘러대기 바빴다.

뒤늦게 문제가 불거지고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자 주낙영 경주시장은 3일 애도문을 발표하며 해결방안으로 꺼낸 것이 ‘팀 해체’를 꼽았다. 관리 감독 부재를 인정하면서도 극단적인 방법을 해결책이라고 제시한 셈이다. 주 시장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팀 해체를 비롯한 강력한 조치 및 예방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 방법이 해체라면 달면 쓰고 쓰면 뱉는 행동일 수밖에 없다.

주 시장의 발언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동일 수밖에 없다. 경주시는 그간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철인3종경기 팀의 덕을 크게 봤다. 경주시청은 매 대회 최소 5개 이상의 금메달을 거둔 철인3종경기 팀 덕분에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시의 위상을 드높일 때 관리·감독이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했으나 경주시를 비롯해 경주시체육회는 관리에 소홀했다. 오히려 팀 성적을 끌어 올리기 위해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형적인 성과 위주 팀 관리를 종용했다. 팀내 절대 에이스 A가 감독과 짜고 팀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데에도, 성적을 내니 문제를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지자체의 성적 우선주의가 가혹행위를 부추긴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서 선수 인권보다 성적을 우선시 했기에 상식 이하의 문제가 터져 나왔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최근 인권이 강화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지도자들이 신경쓸 게 한 두 가지 아닌 상황”이라며 “책임 기관이 제대로 돌아봤더라면 (고인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쉬운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운동을 직으로 하는 선수들은 하나만 바라보고 달렸기에 일반인보다 좁은 세상에 갇힐 위험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지자체의 성적 우선주의로 비상식적인 행동이 일어나도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가뜩이나 좁은 체육계에서 자신의 말 한 마디에 따라 평생을 지켜온 공간을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지자체의 성적 우선주의 부채질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행동일 수밖에 없다.

pur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