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과징금 267억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자사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67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사진은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분당 사옥.  성남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쇼핑과 동영상을 통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신뢰성과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네이버가 그동안 자사 이익을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조작해왔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네이버 쇼핑·동영상에 대해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는 그동안 인공지능(AI)·알고리즘 등을 앞세워 공정성을 강조해왔으나 실제로는 자사의 이익을 위해 검색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네이버의 이율배반적인 민낯이 드러나면서 뉴스를 비롯한 서비스 전반에서 신뢰성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공정위가 적발한 사례는 크게 5가지다. 먼저 자사의 오픈마켓 ‘샵N’(현 스마트스토어)를 선보인 2012년 4월을 전후해 경쟁 오픈마켓 상품에 대해 1 미만의 가중치(0.975 등)를 부여해 노출 순위를 끌어내렸다. 또 같은 해 7월 쇼핑 검색 페이지 당 샵N의 상품이 노출되는 비율을 15%로 정하고 12월에는 이 비율을 20%로 올렸다. 2013년 1월에는 샵N에 적용되는 판매 지수에 1.5배의 추가 가중치를 부여해 노출 비중을 높였다. 또 같은 쇼핑몰의 상품이 연달아 노출되면 해당 쇼핑몰의 상품 노출 순위를 내리는 기준을 도입했는데 경쟁 오픈마켓 상품은 오픈마켓 단위로 동일한 쇼핑몰로 간주했지만 샵N의 상품은 입주업체 단위로 분류하는 편법을 썼다.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출시를 두 달 앞둔 2015년 4월에는 네이버페이 담당 임원의 요청에 따라 자사 오픈마켓 상품 노출 제한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완화했다.

공정위,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한 네이버 쇼핑·동영상 제재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네이버(쇼핑, 동영상 부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세종 | 연합뉴스

쇼핑 뿐만 아니라 동영상 검색에서도 알고리즘을 전면 개편하면서 이를 경쟁사에 알리지 않고 ‘네이버TV 테마관’에 입점한 동영상에 가점을 주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가 검색 서비스에서 자사·타사 서비스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자사의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경쟁우위에 세운 셈이다.

검색 알고리즘 조작의 결과는 고스란히 실적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쇼핑 내 오픈마켓 사업자별 노출 점유율에서 2015년 3월 12.68%였던 샵N의 점유율은 3년 뒤인 2018년 3월 26.20%로 두 배 넘게 올랐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2015년 4.97%에서 2018년 상반기 21.08%로 4배 넘게 증가했다. 동영상의 경우 알고리즘 개편 일주일 만에 검색 결과 최상위에 노출된 네이버TV 동영상 수는 22% 증가했고 가점을 받은 테마관 동영상의 노출 수 증가율은 43.1%에 달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올해 상반기 네이버 결제금액은 12조5000억원으로 2년 전 6조8000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이중 스마트스토어의 결제 금액은 쿠팡과 이베이코리아(옥션·지마켓 합산)에 이어 3위권으로 추정된다.

해외에서는 네이버처럼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서비스에 특혜를 주는 행위에 철퇴를 내리고 있다. 구글은 상품 검색 결과에서 자사 쇼핑 서비스의 상품을 경쟁사보다 위에 배치했다는 이유로 2017년 유럽연합(EU)으로부터 약 24억 유로(3조3000억원)의 과징금을 맞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가 충분한 검토와 고민 없이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서 그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공정위가 지적한 쇼핑과 동영상 검색 로직 개편은 사용자들의 다양한 검색 니즈에 맞춰 최적의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며 “다른 업체 배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항변했다. 쇼핑 검색 결과의 다양성 유지와 소상공인 상품 노출 기회 제공을 위해 2010~2017년 50여 차례에 걸쳐 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개선했는데 공정위가 그중 5개를 임의로 골라냈다는 것이 네이버 측의 주장이다.

j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