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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특급 기량에 꾸준함이 동반되지 않으면 절대 달성할 수 없다. 경기수가 부쩍 늘었고 촘촘한 일정을 극복해야 하는 최근 야구에서는 더 그렇다. 양의지(33)가 달성한 대기록 안에는 양의지의 빼어난 기량은 물론, NC 구단의 전략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늘 그랬듯 조용하면서도 무섭게 맹타를 휘둘러 새 역사를 썼다. 양의지는 지난 23일 대전 한화전에서 홈런 두 방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처음으로 시즌 30홈런 고지를 밟았고 115타점째를 올렸다. 그러면서 양의지는 KBO리그에서 포수 최초로 30홈런 이상·100타점 이상을 두루 기록했다. 포수 30홈런은 2015년 강민호(당시 롯데)의 35홈런 이후 5년 만이다. 역대 포수 한 시즌 최다 홈런 부문에서는 4위다. 1위는 박경완 SK 감독대행이 2000년 달성한 40홈런, 2위는 강민호의 2015년 35홈런, 3위 또한 박 대행이 2004년 기록한 34홈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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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나이다. 박 대행은 2000년 40홈런을 달성했을 당시 만 28세, 2004년 34홈런을 기록했을 때는 만 32세였다. 2015년 35홈런을 터뜨렸을 당시 강민호의 나이는 만 30세였다. 양의지는 이들보다 최소 한 살이 많음에도 30홈런 고지를 돌파했고 가장 많은 타점까지 올렸다. 115타점은 KBO리그 통산 포수 한 시즌 최다타점이다.
나이와 무관하게 꾸준해야 하며 꾸준하기 위해선 건강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포수가 그렇듯 양의지 역시 고질병이 없을 수 없다. 만 23세였던 2010시즌부터 주전포수로 활약한 양의지는 올해로 주전포수 11년차다. 11년 동안 한 해 평균 110경기 이상을 출장했다. 다른 포수들과 마찬가지로 허리와 무릎에 적지않은 부담을 감수하며 홈플레이트를 지킨다. 예측할 수 없은 파울타구로 인해 신체 곳곳에는 피멍이 들었다.
늘 시즌아웃 부상을 당할 위험을 안고 경기에 나서는데 더할나위없이 꾸준하다. 비결은 구단·코칭스태프와의 소통, 그리고 전략에 있다. NC 김종문 단장은 2018년 12월 양의지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던 상황을 돌아보며 “당시 양의지 선수에게 우리와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나갈지에 대한 계획을 제시했다. 양의지 선수와 우리팀 모두에 있어 양의지 선수의 건강이 중요했다. 우리팀에서 건강하게 커리어를 이어가도록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며 “그때 이동욱 감독님도 함께 있었다. 감독님과 함께 양의지 선수에게 우리의 계획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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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곧바로 실행됐다. NC 첫 해였던 2019년 양의지는 이따금씩 지명타자로 나가거나 라인업에서 제외되며 포수로 723.1이닝을 소화했다. 118경기에 출장해 459타석 20홈런·68타점을 기록했다. 더불어 타율 0.354로 타격왕, 포수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 그러나 양의지와 NC 구단 모두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내복사근 통증으로 한 달 가량 이탈한 것을 돌아보며 올해 보다 건강한 시즌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 23일까지 양의지는 2019년보다 많은 124경기·504타석을 소화했다. 포수 이닝도 764이닝으로 지난해를 뛰어 넘었다.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엔트리에서 제외된 기간은 7일에 불과하다.
리그 최고 포수이자 팀내 최고 타자 중 한 명이 꾸준히 그라운드에 서면서 승리하는 경기도 부쩍 늘었다. 포수 혹은 지명타자로 4번 타순에 고정돼 개인 최고 시즌을 만들었다. 8월부터는 타율 0.347 20홈런 6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62를 기록하며 가장 중요한 시기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최고 선수가 오랫동안 기량을 유지하도록 심사숙고했고 선수 또한 꾸준히 의사소통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이뤘다.
잘 사는 것 만큼이나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NC가 양의지를 통해 뚜렷하게 증명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