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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울산 현대가 올해 K리그1과 FA컵 준우승 아쉬움을 딛고 8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제패했다. 그것도 무패 우승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김도훈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19일 오후 9시(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페르세폴리스(이란)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주니오의 연속골로 2-1 역전승하며 우승했다. 지난 2012년 이 대회 조별리그부터 결승 토너먼트까지 무패(10승2무)를 달성하며 사상 첫 우승을 해낸 울산은 8년 만에 역시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울산은 조별리그 6경기와 16강~8강~4강~결승까지 10경기에서 9승1무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하반기 카타르에서 재개된 뒤 치른 9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면서 ‘퍼펙트 우승’을 차지했다. 10경기에서 23골을 넣고 단 7실점하며 공·수에 걸쳐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울산은 이번 대회 우승 상금으로 400만 달러를 받았다. 앞서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승리 및 출전 수당으로만 91만 달러를 벌어들인 울산은 ACL에서만 491만 달러(53억 원)의 잭폿을 터뜨렸다.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었다. 또 내년 2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까지 따냈다.

울산은 원톱 주니오를 꼭짓점으로 2선에 김인성~신진호~이청용이 포진했다. 윤빛가람과 원두재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가운데 박주호~불투이스~김기희~김태환이 포진했다. 골문을 조수혁이 지켰다. 서아시아 대표로 결승에 오른 페르세폴리스는 지난달 30일 정규리그 경기를 치른 뒤 코로나19 여파로 3주간 경기를 하지 못했다. 울산은 상대의 실전 감각이 떨어진 점을 고려해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8분 주니오의 패스를 받은 윤빛가람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오른발로 간결하게 감아찬 슛이 상대 오른쪽 골대를 때렸다. 이어 김태환의 오른쪽 크로스에 이어 주니오의 문전 헤딩슛이 두 차례 연달아 나왔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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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는 초반 위기를 넘긴 뒤 2선과 최후방 수비 라인을 내리면서 울산의 빠른 측면 공격을 틀어막는 데 집중했다. 중원에서는 강한 몸싸움으로 패스 줄기를 끊고자 애썼다. 울산은 줄기차게 공격을 펼쳤지만 0의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뜻밖에 상황에서 ‘한 방’을 얻어맞았다. 지난 비셀 고베(일본)와 4강전에서 여러 차례 수비 실수로 대위기를 허용했는데, 이번에도 수비진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나왔다. 왼쪽 풀백 박주호의 볼 터치가 길었다. 바샤르 라산 본얀이 재빠르게 낚아챈 뒤 메흐디 압디에게 연결했다. 압디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파고들어 때린 슛이 울산 센터백 불투이스 가랑이 사이로 빠져들어가며 골문을 갈랐다.

일격을 당한 울산은 당황해했다. 그러다가 전반 추가 시간 윤빛가람이 문전을 돌파하다가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애초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는데 비디오판독(VAR)을 거쳤다. 이후 윤빛가람이 상대 아마드 노우롤라히의 오른발에 걸린 게 잡혔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건 주니오. 그는 애초 오른발 슛이 상대 골키퍼에게 걸렸으나 침착하게 리바운드 슛으로 연결해 골문을 갈랐다.

전반 수비 실수로 상대 단 1개 유효슛에 실점한 울산(전반 슛수 8개·유효슛 3개)으로서는 기사회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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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열을 가다듬은 울산은 후반 2선과 최후방 수비 간격을 좁히면서 상대 반격을 제어했다. 그러면서 공세로 나설 땐 김인성, 이청용 두 날개를 중심으로 지속해서 상대 측면을 두드렸다. 후반 7분 다시 한 번 울산이 기회를 잡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청용이 크로스한 공이 주니오를 향했다. 그 순간 주니오를 마크하던 메흐디 시리가 오른팔을 뻗어 공을 저지했다. 이번에도 주심은 최초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으나 VAR를 거쳐 곧바로 페널티 스폿을 찍었다. 다시 한 번 PK 키커로 나선 주니오가 이번엔 상대 골문 오른쪽 구석을 향해 정확하게 감아 차 넣었다. 야흐야 골모함마디 페르세폴리스 감독은 두 차례 연달아 PK로 실점하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주니오는 이번 대회 6~7호 골을 몰아넣으면서 득점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울산은 상대 공세가 빨라지자 후반 27분 이청용과 박주호를 빼고 이근호, 홍철을 투입했다. 이어 후반 37분 주니오 대신 장신 공격수 비욘 존슨, 신진호 대신 센터백 정승현을 투입하며 사실상 지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2분 뒤 위기를 맞았다. 페르세폴리스 공격 과정에서 페널티에어리어 내에서 김기희의 반칙을 두고 VAR이 이뤄졌다. 다행히 주심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울산은 후반 44분 조수혁의 선방을 앞세워 페르세폴리스의 공격을 돌려세웠다. 김 감독은 후반 추가 시간 김인성 대신 설영우까지 투입하며 상대 최후의 반격을 저지했다. 결국 울산 수비진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으면서 한 골 차 승리를 지켜냈다.

8년 만에 아시아 최고 자리에 올라섰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