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KBO리그 구단들이 2021년 시무식과 함께 다시 업무에 돌입했다.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고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선수단 연봉계약, 외국인선수 영입에 집중하는 시기다. 더불어 미계약 상태인 프리에이전트(FA) 또한 꿁직한 과제로 남아 있다.

상황은 1, 2년 전 겨울과 비슷하다. FA를 두고 경쟁하는 시간은 지났다. 지난달 허경민, 오재일, 최주환, 정수빈 등을 두고 복수 구단이 치열하게 맞붙었고 예상보다 큰 규모의 계약이 성사됐다. 오랜만에 FA 시장에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빅리그행을 추진 중인 양현종을 제외하면 40, 50억원대 대형계약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이대호, 차우찬, 김재호, 유희관, 이용찬 등이 시장에 남았지만 사실상 협상 창구는 전소속팀으로 한정돼 있다. 시장 주도권을 구단이 쥐고 있는 것이다.

롯데 이대호가 지난해 6월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경기 4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좌월 1점홈런을 터트린 후 축하를 받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름만 보면 화려하다. 그러나 나이 혹은 부상 경력이 걸림돌이다. 더불어 그동안 쌓아올린 커리어를 고려했을 때 이적을 생각하기도 쉽지 않다. 선수로서 황혼기와 마주한 이대호, 김재호가 그렇다. 차우찬과 이용찬은 부상, 유희관은 지난해 각종 지표에서 하향세를 보였다. 키움 원클럽맨 중간투수 김상수는 구단 사정으로 제대로된 협상 테이블 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를 두고 롯데와 일본프로야구 최강팀 소프트뱅크가 영입경쟁을 벌이고 차우찬이 100억원에 가까운 계약을 체결한 4년 전을 돌아보면 시간이 참 많이 흘렀음을 느낄 수 있다.

대다수 구단들은 큰 틀의 계약 규모는 산정해놓은 상태다. 그런데 FA가 쉽게 사인하지 못하는 흐름이다. FA 협상을 진행 중인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구단 입장에서는 될 수 있으면 계약은 빨리 마무리짓고 싶다. 내심 새해가 되기 전에 계약하기를 바랐다”면서도 “경쟁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약은 양측이 합의해야 이뤄지는 것 아닌가. 언제 계약을 맺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 에이전트 또한 “선수들도 서둘러 계약을 맺고 소속팀이 결정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FA가 쉽게 오는 기회는 아니지 않나. 선수 입장에서는 계약서에서 작아보이는 부분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년 전 FA 시장에서 이적 사례는 안치홍, 2년 전에는 양의지가 유일했다. 영입 경쟁없이 지루한 줄다리기가 반복됐고 스프링캠프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마지못해 계약을 맺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캠프까지도 합의를 이루지 못해 3월에나 소속팀이 확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시 비슷한 시간이 왔다. 사실상 행선지는 결정됐는데 언제 계약서에 사인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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