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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헌정.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지하1층 전시장 전경 2
이헌정의 스툴. 제공|박여숙화랑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도예가 이헌정의 작품을 ‘꼭 갖고 싶은 작품’으로 꼽는 컬렉터들이 많다. 실제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나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 등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이 이헌정 작가의 작품을 컬렉션했다.

전통과 현대의 미를 동시에 지닌 미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이헌정 작가의 작업이 지닌 매력이다.

그런 그가 서울 박여숙화랑에서 ‘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전을 통해 흙으로 빚은 스툴을 집중해 선보여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도예는 물론 설치, 가구 등 다양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이헌정 작가의 작품 중 스툴이 지닌 매력에 빠져볼 수 있는 전시다. 스툴은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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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헌정.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전시 제목 ‘~만들지 않고 태어난’은 도예작업의 우연성을 강조한 제목이다.

이헌정 작가는 “도예는 우연이 많이 개입된다. 나는 그 우연의 개입을 즐긴다. 유약이 흐르는 것, 도자기가 가마속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요변 등을 즐긴다. ‘만들지 않고 태어난’이라는 제목은 그 우연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도예는 내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완성을 돕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도자기는 작가를 겸손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홍익대에서 도예를 전공한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드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 가천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를 전공하고 도자기, 설치, 가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지하1층 전시장 전경 2
이헌정의 스툴. 제공|박여숙화랑

이헌정 작가는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일년의 3분의 1은 여행지에서 지낼 정도다. 여행은 나를 멀리서 객관적으로 보게 해준다”면서 “나에게 여행은 귀환을 전제로 한다. 가구, 설치 등이 여행이라면 도자기는 귀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몇년 전 50세를 맞아 더욱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에 포르투갈에서 몇달간 머물렀던 작가는 포르투갈의 한 화산섬에 현지 토양과 목재를 사용한 설치작업 ‘이스트맨’을 작업하고 돌아왔다. 올해는 제주에서 ‘웨스트맨’이라는 작업을 설치할 예정이다.

지하1층 전시장 전경 2
이헌정의 스툴. 제공|박여숙화랑

이헌정 작가는 “50세를 기점으로 작업을 할 때 초조함이 줄었다. 그동안에는 검증에 신경쓰면서 작업을 했다면 50대가 되고부터는 좀더 순수하게 작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업은 더 편안해지고 더 자유로와졌다.

전시장 벽면에는 정현종 시인의 시 ‘섬’ 전문이 적혀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작가의 스툴은 섬처럼 따로 떨어져 홀로 빛나면서 주변 섬들과 또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룬다. 작가의 손에서 태어난 예술의 섬이다.

2층 야외 전시장 전경
이헌정의 스툴. 제공|박여숙화랑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