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 기자] “꼭 시작을 했어야 했나요?”
‘우왕좌왕’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어영부영 시작했다가 어영부영 멈춰세웠다. 한국시리즈 1차전 상징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상징성이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2024 KBO 한국시리즈 1차전은 ‘사상 최초’ 타이틀을 품었다. 서스펜디드 게임이다. 40년이 넘는 KBO리그 역사에서 포스트시즌 일시 중단은 처음이다.
축제를 화려하게 시작하고자 했다. 준비도 많이 했다. 허구연 총재가 직접 내려왔고, 김응용 감독 시구도 세팅했다. 대구와 광주의 초등학생이 그라운드에 나와 경기 시작을 알렸다. 외야에는 대형 태극기가 등장해 보는 이들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KBO는 사전 행사를 제대로 진행하고, 6시30분에 진행하고 싶었다. 비가 문제다. 대략 오후 6시부터 오락가락했다. 이때부터 ‘헤매기’ 시작했다. 그라운드 정비 요원이 대형 방수포를 깔았다가 걷었고, 깔았다가 걷었다. 비가 오는 와중에 땀 제대로 흘린 하루다.
사전 행사를 약식으로 마쳤다. 그리고 원래 시간보다 1시간 이상 흐른, 오후 7시36분 시작됐다. 비가 그치지 않았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비가 많았다.
심판진은 중단 없이 계속 진행했다. ‘어떻게든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의지가 경기 내내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다. 6회초 삼성이 1-0으로 앞선 상황. 무사 1,2루에서 경기 중단을 결정했다. 오후 9시24분이다.
그리고 오후 10시9분 최종 중단을 결정했다. 서스펜디드 게임 성립이다. 22일 오후 4시 치르기로 했다. 그리고 22일에도 비 때문에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았고, 23일로 하루 더 미뤘다. 또 이쪽은 빠른 결정이다.
챔피언스 필드를 찾은 KIA팬 박주성씨는 “이럴 거라면 시작을 안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선수들도 힘들고, 보는 우리도 불편하다. 비 예보 뻔히 있는데 왜 그랬나 싶다”고 불만을 표했다.
22일 만난 원태인은 “애초에 시작하지 않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솔직히 3~4회에도 비는 많이 왔다. 우리 쪽으로 흐름이 넘어온 상태에서 끊겼다. 많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결국 누구도 웃지 못했다. 선수도 힘들고, 팬도 힘들다. 11월 쿠바와 평가전이 있고, 프리미어12도 있다. 한국시리즈를 제때 끝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과정이 전혀 매끄럽지 못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