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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성백유전문기자]점점 정확해 지는 ‘방랑자’ 펠리페(33)의 괴력.
프로야구에서 이구단 저구단을 돌아 다니는 선수를 저니맨(journeyman)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바꿔 말하자면 ‘방랑자’. 한국 남자프로배구에서도 지난 4년 간 4개팀을 전전한 방랑자가 있다. OK금융그룹 외국인 선수 펠리페가 주인공이다. 그는 2017시즌 한국전력 외국인 선수로 한국에 온 뒤 KB손해보험, 지난 시즌 우리카드,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브라질에서 온 ‘방랑자’ 펠리페가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하면서 위기에 놓인 소속팀을 다시 4위로 복귀시켰다.
OK금융그룹은 2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6라운드 첫 경기 KB손해보험과의 원정경기에서 펠리페가 혼자 41점을 올린데 힘입어 3대2(25-19 25-27 18-25 25-22 15-11)로 승리했다. 4연패의 부진에서 탈출한 OK는 승점 50점(18승13패)을 기록하면서 한국전력(49점)을 뒤로하고 다시 4위로 올라섰다.
펠리페의 진가가 나타난 경기였다. OK금융은 학폭과 관련된 주공격수 송명근과 심경섭이 이탈하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대인 KB손해보험 역시 이상렬감독이 잔여경기 출장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었다.
결국 양팀의 대결은 펠리페와 KB손해보험의 외국인 공격수 노우모리 케이타의 승부가 승패의 관건이었다. 공격 1위 케이타의 승리가 예상되었던 맞대결은 펠리페의 승리였다.
이날 펠리페는 블로킹 5개, 서브 2개, 후위공격 24개로 올 시즌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트리플크라운에 서브 1개가 모자란 성적이었지만 57개의 공격 중에서 실책은 단 6개 뿐이었다. 그가 저니맨으로 꾸준하게 한국팀의 부름을 받는 이유다.
케이타 역시 76개의 공격을 시도했고, 43득점을 기록했다. 펠리페(공격성공률 59.65%)의 이날 활약은 올시즌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는 케이타(47.34%)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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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페는 매년 공격성공률을 높여가면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첫해 한국전력에서는 36경기에서 880득점, 공격성공률 47.16%를 기록했다.
2018시즌(KB소속)에는 32경기에서 775득점, 공격성공률 50.33%, 그리고 지난해에는 우리카드에서 28게임을 치르면서 50.99%의 공격성공률을 남겼다. 그리고 올해 펠리페는 31경기에서 730득점, 51.28%의 공격성공률로 석진욱감독의 믿음을 듬뿍 받고 있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무척 강한 마인드를 지닌 선수다. 국내선수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어려움 속에서도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했다.
내년 시즌 펠리페는 과연 어느 팀으로 여행을 떠나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까? 벌써부터 방랑자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sungbaseba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