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더비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과 신진호,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과 원두재가 ‘동해안더비’를 이틀 앞둔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화상으로 미디어데이를 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김기동 감독은 내 입단 동기…방도 같이 썼다(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그때 난 연습생, 홍 감독은 바라보기 어려웠던 분(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가 겨루는 168번째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한때 포항의 검붉은 유니폼을 함께 입었던 양 팀 사령탑이 ‘그때 그 시절’을 더듬었다.

김기동 포항 감독과 홍명보 울산 감독은 1991년 포항 입단 동기다. 다만 홍 감독은 고려대 재학 시절인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무대를 밟는 등 이미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대학을 거쳐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반면 김 감독은 고졸 출신 연습생이었다. 그라운드에서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드물었다. 홍 감독은 1997년 일본 J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 포항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그리고 일본 생활을 접고 2002년 포항에 복귀해 뛰다가 그해 11월 미국메이저리그싸커(MLS)로 떠나 2004년 은퇴했다. 반면 김 감독은 1993년부터 유공 유니폼을 입고 2002년까지 맹활약하다가 포항으로 컴백, 2011년까지 ‘철인 축구’로 K리그 통산 501경기(39골40도움)를 뛰며 홍 감독처럼 포항의 리빙 레전드가 됐다.

동해안더비 미디어데이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동해안더비’를 이틀 앞둔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양 팀 사령탑과 대표 선수가 화상으로 미디어데이를 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홍 감독은 “김 감독하고 입단 동기였다. 방도 잠시 함께 쓴 기억이 있다”며 “그때 작은 키에 사투리도 많이 썼다. 어디서 왔냐고 물었는데 ‘신평고’ 출신이라더라. 그때 함께 지내면서 친해졌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체구는 작지만 축구를 아주 잘했다. 기술적으로 탁월했다. 당시 포항 선수층이 좋아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는데 유공으로 적을 옮겨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다시 포항으로 돌아와 중요한 선수로 성장했더라. 그런 모습이 매우 신선했다”고 자세하게 김 감독을 그렸다.

김 감독은 홍 감독 얘기에 “한방을 쓴 게 맞다. 근데 너무 어려웠다”며 잠시 그때를 회상했다. 그러더니 “홍 감독께서는 그때 이미 대표 선수였다. 바라볼 수 없는 존재였고 말 한마디 걸기 어려웠다”고 미소지었다. 순간 당시 기억이 구체적으로 떠올랐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무엇을 말하기가) 좀 부담스럽다”고 웃었다.

포항의 리빙 레전드인 두 사람은 얄궂게도 라이벌 팀 사령탑으로 오는 1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격돌한다. 김 감독은 “홍 감독이 오셔서 짧은 시일 내에 울산을 원팀으로 만들었다. 공수 전환이 매우 빠르더라. 또 블록 사이에서 받는 패스도 세밀해진 것을 느꼈다”며 “짧은 시기에 그런 팀을 만든 건 대단한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홍 감독도 “포항은 아주 강한 팀이다. 김기동이라는 훌륭한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팀 컬러가 특정 선수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선수가 유기적인 잘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최근 동해안더비 10경기에서 무승부는 없었다. 울산이 6승4패로 앞서 있다. 다만 포항이 지난 시즌 막바지 우승 경쟁 중인 울산을 4-0으로 완파하는 등 고춧가루 역할을 해냈다. 김 감독은 “동해안더비는 늘 긴장이 된다. 다른 경기보다 더 준비하고 있다. 지난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앞두고도 선수들에게 ‘져도 괜찮다. 울산만 이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수들도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양보 없는 승부를 예고했다. 홍 감독도 “포항에서 많은 팬에게 사랑받았다. 하지만 이젠 울산의 감독으로 경기를 하러 포항에 간다. 좋은 추억은 잠시 접어두고 원정에서 좋은 경기 하겠다”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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