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리3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극중 데이빗(앨런 김 분)이 본인의 어린시절인 것. 외할머니 순자(윤여정)와의 서사가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졌다. 정이삭 감독 뿐 아니라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과 완성본을 마주한 관객들 역시 자연스레 ‘가족’의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 한예리는 tvN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에 이어 또 다시 ‘미나리’로 가족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미나리’를 촬영하고 ‘가족입니다’를 찍었다. 내 스스로도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이 작업들을 통해 아무래도 조금 더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서 “지금 내 세대와 비교해보면 부모님 세대가 더 어린나이에 아이들을 기르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꿈이나 역량을 사회에서 인정받거나 그러기 전에 가정을 이루다 보니까 본인들의 성장, 꿈, 자아 실현과 아이들을 키우는 것에 대한 부모의 성장통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이제는 그런 것도 좀 더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예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끝까지 노력해야 하는 관계 같다. 당연하게 만들어졌지만 당연하지 않은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미나리

‘미나리’는 외할머니와 손주의 서사가 주요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한예리 역시 외할머니의 생각에 잠겼다고. 그는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어렸을때부터 무용을 해서 할머니께서 나를 볼 때마다 ‘왜 이렇게 말랐냐. 젊은애 팔목이 이게 뭐냐, 반쪽이다’ 하며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런 할머니의 추억들, 마음들이 생각난다”며 “내가 뭐가 먹고 싶다 하면 다 해주셨다. 식혜, 삼계탕 등 모두 장에 가서 구해오셨다. 먹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끊임없이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극중 아이들처럼 할머니께 고스톱을 배웠다. 추억들이 영화를 보면서 많이 생각이 났다. 새삼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구나 싶었다”고 돌아봤다.

배우 한예리에게도 많은 의미를 남긴 ‘미나리’. 가족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첫 미국 진출작일 뿐 아니라 OST에도 직접 도전했다. 한예리가 부른 OST는 엔딩 크레딧에 삽입됐다. 그는 “당연히 영화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뭐든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하게 됐다”며 “그것만으로 감사한데 오스카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오르다니,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기분이 좋고 얼떨떨하다”고 밝혔다. 또 “엔딩 자체도 따뜻하고 좋았다. 이들은 이렇게 또 잘 살아가겠다 안도해서 좋았다. 그 엔딩이 가장 우리다운 엔딩이라 생각한다”고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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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주)판씨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