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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요코하마=스포츠서울 신무광통신원·김용일기자] 경기력도, 투지도 모두 완패였다.

축구 국가대표 ‘벤투호’가 10년 만에 열린 한·일전에서 무기력한 패배로 고개를 숙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FIFA랭킹 38위)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27위)과 80번째 A매치 평가전에서 0-3으로 졌다. 한국은 지난 2011년 삿포로 참사(0-3 패) 이후 10년 만에 펼쳐진 친선 A매치에서 설욕을 노렸지만, 또다시 같은 스코어로 처참하게 무릎을 꿇었다.

이번 한·일전은 시작 전부터 어둠이 드리웠다. 코로나19 시대에 일본 원정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된 데 이어 벤투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 소통 논란에 휘말렸다. 또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등 주력 유럽파의 합류가 불발돼 ‘반쪽짜리 대표팀’으로 불렸다. 유럽파 9명이 가세하고, 1만 명의 유관중을 불러들인 일본 안방에서 들러리가 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곱지 않은 시선을 뒤집을 방법은 양질의 경기력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게감이 떨어지는 공격진, 저조한 컨디션의 풀백 등 우려한 약점이 그라운드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투지 있는 몸싸움 등 파이팅까지 실종돼 보였다. 반면 일본은 강력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으로 한국을 몰아붙이며 쾌승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발렌시아)을 공격 선봉에 두는 ‘제로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일한 최전방 자원 이정협(경남)을 벤치에 두고 이강인 나상호(서울) 남태희(알 사드) 이동준(울산)의 기동력과 개인 전술로 일본 수비진 붕괴를 그렸다. 일본은 오사코 유야(베르더 브레멘)를 원톱에 두고, 미나미노 타쿠미(사우샘프턴) 가마다 다이치(프랑크푸르트) 이토 준야(헹크) 등 유럽파 8명을 선발진에 총출동시키는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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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일본이 초반부터 빅리거가 중심이 된 2선의 유기적인 패스 워크로 한국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5분 한국 수비의 빌드업 실수를 틈타 가마다가 문전에서 위협적인 슛을 시도했는데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이강인이 탈압박을 통해 예리한 패스를 꽂으며 반격했으나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이 갈수록 여유 있게 압박을 펼쳤고, 사사키 쇼와 야마네 미키 두 풀백이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하며 측면 빌드업을 펼쳤다.

결국 한국은 전반 16분 만에 수비 뒷공간이 뻥 뚫리며 선제골을 내줬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볼 경합 중 오사코가 배후 침투한 풀백 야마네에게 절묘하게 뒤꿈치로 공을 건넸다. 야마네가 이어받아 강한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한국은 일본 압박에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했다. 공세를 펼치다가도 수비 전환이 느려 위기를 자초했는데 전반 26분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강인의 공격이 끊긴 뒤 일본이 역습으로 올라섰다. 가마다가 공을 잡고 문전을 질주했는데, 한국은 수비 숫자가 많았으나 그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했다. 가마다가 정교하게 오른발 슛으로 한국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전반 38분이 돼서야 나상호가 첫 슛을 시도하는 등 전반 슛 수에서 1-9로 크게 뒤졌다.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정협, 정우영(공격수), 골키퍼 김승규를 교체 투입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미나미노 등에게 지속해서 위기를 내주며 끌려다녔다. 후반 37분 코너킥 상황에서 엔도 와타루에게 세 번째 골까지 내주며 추격 의지를 잃었다.

6월 월드컵 2차 예선 4경기를 앞두고 한·일전을 통해 최소 플랜B를 얻고자 했던 벤투호는 ‘할 말 없는 패배’로 소득 없이 쓸쓸하게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