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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이 박진우를 펀치 공격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ROAD FC에 ‘괴물신인’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19살 파이터 이정현(19·싸비MMA)이다. 이정현의 취미는 격투기 관람이었다. 초등학생일 때부터 ROAD FC 대회장을 꾸준히 들락거렸다.

케이지에서 보여주는 파이터들의 열정에 감동을 받아 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MMA를 시작했다. ROAD FC의 아마추어리그인 ROAD FC 센트럴리그에 꾸준히 출전하며 실력을 쌓았다. 이정현은 지난해 5월에 열린 ARC 001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르며 꿈에도 그리던 프로 파이터가 됐다.

아마추어리그에서의 경험은 곧 프로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정현은 프로 데뷔전에서 고동혁과 화려한 타격전을 벌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동혁을 TKO로 꺽은 뒤 두 번째 경기에서는 베테랑인 유재남마저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꺾으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지난 27일 ARC 004에서 경량급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KO 장면을 만들어 냈다. 1라운드 박진우(19·팀 피니쉬)와 타격전을 벌이며 감을 잡더니 2라운드에서 상대를 실신 시켰다.

사실 이 경기 전까지 이정현의 부담은 상당했다. Mnet ‘고등래퍼4’에 출연해 음악과 운동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준급의 랩 실력을 보여주며 멘토들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격투기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운동에 집중 안 했다는 악플을 받을 것이 예상됐다.

경기 전 이정현도 “고등래퍼에 나가서 종합격투기 선수라고 알려져서 더 기대하는 부분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지면 운동에 집중 안 하고 방송에 나갔다고 안 좋게 보일 거다. 둘 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그렇기에 목숨 걸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이정현은 1라운드에서 감을 잡은 뒤 2라운드에 상대를 실신 KO 시켰다. 부담감을 실력으로 이겨내 스타로서 자질이 충분하다는 걸 증명했다.

경기 후 이정현은 “부담이 너무 심하게 됐다. 상대가 데뷔전이라서 지면 나락이라고 생각했다. 고등래퍼 프로그램에 나가서 평소보다 많은 주목을 받아서 열심히 했는데, 사실 시합 준비 기간이 짧아서 불안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도 실망스러웠다. 큰 선수가 되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ROAD FC가 지향하는 실력과 ‘끼’를 지닌 파이터다. 괴물신인이 ROAD FC라는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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