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송민규
K리그1 득점왕 경쟁에 나서는 제주 주민규(왼쪽)와 포항 송민규.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어느덧 전체 일정의 3분의1 지점에 다다른 2021시즌 K리그1은 초반 토종 공격수의 신명 나는 골 레이스가 볼거리다.

K리그1은 11라운드가 끝난 가운데 득점 순위 ‘톱10’에 일류첸코(전북)와 뮬리치(성남), 아길라르(인천)를 제외하고 국내 선수가 무려 7명이나 포함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위 10명 중 6명이 외인이었는데, 올 시즌엔 180도 다른 양상이 된 것이다. 그것도 지난해 같은 기간 득점 1~4위 모두 외인(주니오 세징야 일류첸코 펠리페)이었다. 올 시즌 현재 ‘톱5’를 보면 외인은 일류첸코 1명뿐이다. 나머지는 나란히 5골씩 집어넣은 주민규(제주), 송민규(포항) ‘두 민규’와 4골씩 터뜨린 한교원(전북) 김인성(울산)까지 국내 공격수가 ‘톱5’를 지배하고 있다.

이는 비단 K리그1만의 현상이 아니다. K리그2(2부)도 7라운드 종료 기준으로 안병준(부산·4골)과 박창준(부천) 김정환(서울이랜드·이상 3골) 김인균(충남 아산·2골)이 득점 순위 1~4위를 싹쓸이하고 있다.

주니오-펠리페-일류첸코(완)
지난 시즌 K리그1을 수놓은 외인 주니오, 펠리페, 일류첸코(왼쪽부터). 스포츠서울DB

참고로 지난 몇 년간 K리그1 시즌 전체 득점 순위 ‘톱10’에서 토종 공격수 이름은 찾기 어려웠다. 지난해 ‘톱10’ 중 국내 선수는 한교원(전북·11골·7위), 송민규(10골·8위) 2명에 불과했다. 2019년도 3명(김보경 박용지 윤일록)이었다. 토종 골잡이가 득점왕 경쟁을 한 건 지난 2017년이다. 당시 포항 소속으로 뛴 양동현(수원FC)은 수원의 조나탄에 3골 차로 뒤져 득점 순위 2위로 시즌을 마친 적이 있다. 국내 선수가 최근 마지막으로 득점왕을 차지한 건 2016년으로 당시 광주 최전방을 지킨 정조국(은퇴)이 20골을 달성하며 득점왕과 리그 MVP를 수상했다.

그런 만큼 올 시즌엔 모처럼 토종 공격수가 득점왕 경쟁에 가세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렇다면 왜 리그를 주름잡던 외인이 초반 득점 순위 상위권에서 이탈했을까. 다수 사령탑과 리그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를 우선 요소로 꼽았다.

기업구단 A감독은 “최근 두 시즌 득점왕을 차지한 주니오(2020년·26골), 타가트(2019년·20골)처럼 높은 수준의 골잡이가 일단 리그를 떠났다. 이후 코로나19 때문에 정밀한 스카우트를 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보통 (외인을 데려올 때) 유럽이나 남미로 날아가서 장기간 선수의 특징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거친다. 코로나 시국엔 여의치 않으니 확신을 품을 만한 좋은 외인을 영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구단의 B사무국장은 “스카우트 문제 뿐 아니라 기존 좋은 활약을 펼친 외인 선수의 컨디션도 현재 정상이 아니다. 대부분 휴식기 이후 (올 시즌 앞두고) 팀에 합류하기 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았느냐”며 “체력 훈련에 집중하는 1차 동계전훈을 건너 뛴 선수가 많다. 신체 밸런스부터 무너져서 부상이 재발한 선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힌터제어=울산(원본)
울산 현대 루카스 힌터제어.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실제 지난해 주니오라는 득점왕을 배출한 울산만 하더라도 대체자 루카스 힌터제어가 자가 격리를 거치면서 울산 1차 동계전훈에 빠졌다. 실전 무대였던 지난 2월 클럽월드컵서부터 팀에 합류했는데 아직도 리그 템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조지아 대표 바코도 한동안 겉돌다가 최근 들어서야 팀 2선에서 제몫을 하는 편이다. 지난해 강력한 화력을 뽐냈던 펠리페(광주)도 휴가를 마치고 지난 1월 말 입국한 뒤 자가격리를 거쳐 2월 중순이 돼서야 팀 훈련에 합류했다. 그러다 무릎 염증이 발견돼 초반 결장하는 등 제 컨디션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파검의 피니셔’로 불리는 무고사(인천)는 동계기간 암투병 중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조국 몬테네그로를 다녀왔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코로나 변수’에 역시 휘말리며 100% 몸 상태를 회복하는 데 애쓰고 있다.

또 팔로세비치(FC서울)처럼 올해 새 둥지로 옮긴 외인이 아직 팀에 온전히 녹아들지 못한 것도 꼽았다. C구단 코치는 “코로나19로 지난 겨울 여러 구단이 국내에서 검증된 외인을 영입하는 분위기였는데 일부 옮긴 선수들은 아직 적응 중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외인들이 제 경기력을 발휘하려면 올 여름은 돼야 할 것”이라고 점쳤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외인이 제 몫을 못 해 속 타는 구단이 대부분이나, 모처럼 토종 공격수가 훨훨 나는 분위기여서 반기는 팬도 많다. 시즌 중반 외인의 추격이 가속화해 국내 선수와 역대 가장 치열한 득점 경쟁을 펼치게 될지 또다른 관심사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