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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를 상대로 4골 화력쇼를 펼치며 웃은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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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루카스 힌터제어(가운데)가 지난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라이벌전에서 전반 동점골을 넣은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지난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현대가 더비’.

후반 30분 이동준이 교체 투입된 지 2분 만에 팀의 네 번째 골을 터뜨리자 홍명보 울산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고 펄쩍 뛰며 웃었다. 9년 전 런던올림픽 대표팀 사령탑 당시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박주영의 선제 결승골이 터진 뒤 격한 세리머니를 펼친 장면이 문득 떠오를 정도였다. 모처럼 홍 감독이 함박웃음을 지은 건 단순히 라이벌전 승리 때문만은 아니다. ‘실속 있는 반전’이 이유다.

‘전북 포비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울산은 최근 2년간 라이벌팀에 속수무책 무너졌다. 10경기에서 단 1승(4무5패)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지난해엔 K리그1에서 세 차례 격돌해 전패를 당했다. 그런 만큼 이번 맞대결, 그것도 전주성으로 불리는 전북 안방에서 거둔 승리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울산은 이날 전북(승점 29)을 4-2로 완파하고 승점 30 고지를 밟으며 선두로 복귀했다. 울산이 전북을 이긴 건 지난 2019년 5월12일 2-1 승리 이후 739일 만이다. 또 전북을 상대로 4골 융단폭격을 한 건 지난 2011년 6월29일 컵대회(4-1 승) 이후 10년 만이다.

홍 감독에겐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승리다. 우선 ‘팀으로 뭉치고 극복하는 힘’이 길러졌음을 확신하는 장이었다. 그간 울산과 전북의 큰 차이는 ‘팀 정신’에 있었다. 전북은 선수~코치를 거쳐 사령탑을 지내는 김상식 감독과 팀 문화를 오랜 기간 체득한 베테랑을 중심으로 ‘우승 DNA’를 구축,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반면 울산은 멤버는 화려하지만 매 시즌 중심 구실을 하는 선수가 바뀌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올해 울산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도 이를 인지하고 주장 이청용과 전북 출신 베테랑 신형민을 앞세워 내부 결속력을 꾀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직전 강원FC전(2-2 무), 수원 삼성전(1-1 무)에서 이기진 못했지만 후반 막판까지 끌려가다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점을 따내는 등 이전과 비교해서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고 맞섰다. 그리고 마침내 전북전에서 1-2로 뒤지다가 4-2 역전승을 펼치는 힘으로 이어졌다. 대표급 수비진을 보유한 전북을 상대로 원정에서 역전을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다. 특히 라이벌팀이기에 더욱더 견제가 심한데 울산은 전북보다 더 강한 경기 몰입도와 정신력으로 2-2로 맞선 후반에만 2골을 더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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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내용도 탁월했다. ‘U-22 유망주’ 김민준이 전반 8분 전북 특급 방패를 당돌하게 개인 전술로 무너뜨리고 오른발 선제골로 포효했다. 시즌 4호 골로 울산의 차세대 스타임을 재확인했다. 또 울산은 선제골 직후 상대 교체 투입된 한교원에게 연달아 두 골을 얻어맞으며 위기에 놓였다. 홍 감독은 침착하게 이청용을 투입해 변화를 줬는데, 그는 ‘축구도사’답게 경기 흐름을 완벽하게 바꿔놨다. 그리고 5월 들어 침묵을 깬 외인 공격수 루카스 힌터제어가 전반 35분 윤빛가람의 코너킥을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터뜨렸다. 여전히 리그 적응을 두고 물음표가 매겨졌던 힌터제어가 전반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진가를 발휘, 느낌표로 거듭난 것이다.

홍 감독은 후반 11분 수비수 불투이스의 헤딩 역전골이 나와 승기를 잡은 뒤 이동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발 빠른 이동준으로 하여금 공격 지향적으로 나올 전북의 뒷공간을 노린 것이다. 이는 투입 2분 만에 적중, 전북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4골 중 3골을 윤빛가람(2도움), 바코(1도움) ‘두 패서’의 발끝에서 비롯된 것도 고무적이다.

울산은 22일 포항 스틸러스와 ‘동해안 더비’를 치른다. 전북을 상대로 강한 정신 무장과 완벽한 골 결정력, 용병술 ‘삼박자’가 어우러져 승리를 쟁취한 만큼 한결 더 자신감을 품고 나서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