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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지지 않아 설렘은 적다. 두근거림을 기대했다면 당황스럽겠지만 공감과 웃음 코드가 발을 붙잡을 테다.
지난 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새콤달콤'은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담은 로맨스물이다. 주인공은 대기업에 비정규직으로 파견된 후 과중한 업무에 휘청거리는 장혁(장기용 분), 3교대 근무로 피곤함에 찌든 간호사 다은(채수빈 분), 장혁에게 흑심을 품는 파견직 동료 보영(정수정 분)으로 대한민국 청춘의 자화상이다.
장혁과 다은은 여느 커플처럼 달콤한 연애를 시작하지만 직장인이라는 고단한 현실에 부딪히며 소원해진다. 이후 장혁이 보영과 묘한 기류가 흐르게 되며 더욱 엉키게 되는 현실 연애사로 102분을 달린다.
이 작품은 먹고 사는 생계 문제를 비롯해 일과 사랑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둬야 될지, 상대에게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더 좋을지, 일터에서 사회 초년생이 가지는 부담감 등 다양한 고민이 내숭 없이 나타난다. 감정 과잉이나 포장 따위 없이 연애와 삶을 다뤘다. 이에 더해 각 캐릭터가 처한 상황도 설득력 있게 그려 재미를 높인다.
곳곳에 자리한 코믹적 요소도 힘을 불어넣는다. 누구나 일상에서 본듯한 장면으로 입꼬리를 건드는가 하면, 뜬금없는 캐릭터를 이용해 유쾌함을 이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장혁 회사의 경비(이경영 분)가 그 인물로, 엉뚱함으로 분위기를 환기한다. 난데없이 등장해 장혁에게 짧은 말을 걸고 사라지는데 그 내용은 장혁과 연결된 듯하면서도 아닌 것 같은 화법으로, 단번에 이해하긴 난해하다. 묵직한 연기를 맡아왔던 이경영의 변신이 실소를 자아낸다.
'새콤달콤'의 하이라이트는 다은의 이면이 공개되는 순간이다. 10여 분을 남겨놓고 고개를 드는 이 서사가 뒷통수를 얼얼하게 한다. 그가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니었으며 장혁과 피차일반이었다는 게 들통나는 것. 동시에 찝찝했던 장면들에 대한 해답도 줘 반전의 묘미를 극대화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인상 깊다. 허당과 엉뚱함, 배신을 오간 장혁으로 찌질해 보이기까지 했던 장기용, 힘을 뺀 담백한 연기로 극을 더 부담 없이 즐기도록 이끈 채수빈, 도도하면서도 코믹한 입체적 연기를 선보인 정수정 모두 신선했다. 특히 정수정은 망가짐을 불사해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만들어 다음 연기를 더 기대하게 했다.
'새콤달콤' 속 청춘의 일상과 연애는 지극히 현실적인 터라 그리 예쁘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달콤'보단 '새콤'이 강렬해 공감을 배로 이끌었다. 실제 연애도 인생도 달고 즐거운 것보단, 시큼하고 눈을 질끈 감게 하는 순간이 많은 법이니까.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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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