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거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나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팀을 바라봤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만 줬다.”

올 초 울산 현대 지휘봉을 잡으며 현장 지도자로 컴백한 홍명보 감독은 팀의 클럽월드컵 참가 등으로 2주도 채 되지 않는 동계전지훈련을 거쳤다. 사실상 제 색깔을 입힐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울산은 전반기를 K리그1 선두로 마쳤다. A매치 기간 다수 대표 차출 등과 맞물리며 대구FC에 패하는 등 위기도 있었으나 내부 결속력을 꾀하면서 슬기롭게 이겨냈다. 특히 지난달 전북 현대 원정에서 이기면서 지난해까지 맞닥뜨린 전북 징크스도 무너뜨렸다. 이 과정에서 경기력도 좋았으나 울산의 팀 정신이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명보호’가 빠르게 안정 궤도에 들어설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소통이다. 홍 감독은 과거 청소년 대표팀 사령탑 시절부터 선수와 소통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후 각급 대표팀과 해외 클럽에서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경험하며 효과적인 소통법에 더 눈을 떴다. 최근 전지훈련을 시행한 경남 거제에서 만난 홍 감독은 “되도록 많은 말보다 상황을 맞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편”이라며 “부임 초기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우리가 현실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선수들과 교감을 나눴다”고 말했다. 최대한 ‘잘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고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소통의 화두는 ‘양방향’이다. 홍 감독은 이례적으로 코치진 미팅에 선수를 참여하게 하고 있다. 주장 이청용이나 부주장 신형민, 원두재 등이 가세한다. 그는 “훈련 프로그램 뿐 아니라 이번 주 우리의 방향성 등에 대해 서로 견해를 나눈다”며 “선수의 아이디어가 때로는 코치진보다 좋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 중 가장 중요한 건 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법이다. 개인적으로 감독이 선수를 모아놓고 ‘왜 이러냐~’하는 것보다 준비 과정부터 선수의 견해를 반영하는 시스템을 두면 오해 없이 잘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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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업기자

양방향 소통이 무리 없이 이뤄지는 건 풍부한 경험을 통해 선수 속까지 들여다보는 홍 감독의 ‘관심법’이 작용한다. 그는 부임 이후 리그에서 첫 패배를 당했던 지난 3월21일 대구전(1-2 패)을 떠올렸다. “당시 대표팀 다수 차출로 팀이 어수선했을 때”라고 입을 연 홍 감독은 “(대표) 선수들은 경기 직후 대표팀으로 이동해야 했다. 나도 대표 경험이 많아서 그들의 마음을 잘 안다. 그때 선수 가방엔 대표팀 들어갈 때 입을 사복 등이 가득했을 것이고, 마음이 들 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홍 감독 부임 이후 경기에 대한 몰입도가 가장 떨어진 날이었다. 당시에도 경기 준비 과정부터 선수단과 밀도 있게 소통을 한 홍 감독은 선수의 집중력 결여를 꼬집으면서 강하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앞으로도 울산에서 다수 대표 차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뒤숭숭한 분위기를 조기에 다잡는 효과가 있었다.

홍 감독은 “소통 핵심은 감독의 입장으로만 얘기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지도자로 강하게 어필해야 할 순간이 있으나 때론 함께 뛰는 선수처럼 눈높이를 맞춘다”며 “현재 내부 소통 시스템이 이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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