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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선택이 운명을 바꾼다. 2019년 부정행위를 저질렀던 휴스턴을 꺾고 정상에 올랐던 워싱턴이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리셋 버튼을 눌렀다. 구단 최초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한 맥스 슈어저가 LA 다저스로 떠난 가운데 워싱턴팬들의 시선도 캘리포니아로 향할지도 모른다. 워싱턴은 슈어저가 팀을 떠난 다음날부터 2승 6패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9일(한국시간) 기준 시즌 전적 50승 62패, 사실상 후반기 개점휴업을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악성 계약이 워싱턴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워싱턴은 2019년 겨울 프랜차이즈 선발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7년 2억45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1년 전인 2018년 겨울에는 또 다른 선발투수 패트릭 코빈과 6년 1억4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19년까지는 모든 게 완벽했다. 스트라스버그와 코빈은 나란히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우승 주역이 됐다. 슈어저와 함께 단단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스트라스버그는 부상, 코빈은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2019 월드시리즈 MVP 스트라스버그는 대형 계약을 맺은 후 고작 7경기 등판에 그쳤다. 단축시즌이었던 지난해 2경기, 올해 5경기 등판 후 목신경 수술로 시즌아웃됐다. 워싱턴은 스트라스버그에게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35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코빈은 지난해부터 평균자책점 5점대 투수가 됐다. 2년 연속 부진으로 개인 통산 평균자책점도 4점대로 올랐다. 워싱턴은 코빈에게 앞으로 3년 동안 8200만 달러를 줘야 한다.
악성 계약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슈어저와 이른 이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주전 유격수 트레이 터너도 슈어저와 함께 다저스로 보냈다. 이미 너무 많은 돈은 스트라스버그와 코빈에게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2022시즌 후 FA가 되는 터너와 미래도 장담할 수 없었다. 당초 터너와 연장 계약이 예상됐으나 워싱턴은 후안 소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018년 빅리그 첫 해부터 22홈런 OPS 0.923을 기록한 소토는 올해도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소토는 워싱턴의 현재이자 미래, 그리고 슈어저에 이은 두 번째 명예의 전당 입성자가 될 수 있다.
FA 계약은 위험부담이 따른다. 계약 규모가 클수록 그렇다. 워싱턴은 2018년 겨울 스트라스버그와 함께 팀의 얼굴이었던 브라이스 하퍼를 잡지 않았다. 하퍼는 필라델피아와 당시 최고 규모였던 13년 3억3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하퍼에서 소토로 워싱턴의 얼굴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워싱턴은 2019년 하퍼 없이도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선택은 잘못됐다. 하퍼는 올해 91경기에서 OPS 0.983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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