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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배우 차승원의 장기가 재난물에서도 통했다.
재난이라는 묵직한 주제에 차승원의 장기를 살린 코믹 연기가 절묘한 앙상블을 이룬 영화 ‘싱크홀(김지훈 감독)’이 여름극장가를 강타했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진행형 재난인 싱크홀(땅 꺼짐) 현상을 국내 최초로 영화화한 ‘싱크홀’은 지난 11일 개봉해 개봉 6일 차였던 지난 16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최단 기록이다.
코로나19 시국에 개봉한 영화라 더 뜻깊다는 차승원은 “100만이라는 숫자가 의미가 크다. 100만 돌파가 쉽지 않은데, 코로나19로 극장가가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100만 관객을 돌파하게 되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들과 같이 봤다’, ‘울다 웃다 했다’ 등의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에서 위로받고 힐링 받고 싶은데, 우리 영화를 통해 그런 부분을 많이 느끼시지 않았나 싶다. 200만 관객 돌파도 거뜬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재난과 코미디 장르의 융합이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에 대한 기대심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차승원은 “위험함과 처절함 속에서 코미디라는 우스운 상황이 어떻게 어우러져서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매번 찍으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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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마련한 집이 싱크홀에 빠진 가장 정만수 역할의 차승원은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부성애를 녹여 현실 공감 캐릭터를 완성했다. 정만수 캐릭터에 대해 차승원은 “식구들에게 한없이 잘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겐 방어적이고 삶을 치열하게 사는, 말 많은 아저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못된 짓을 하더라도 사람이 못되어 보이면 안된다. 그런 부분을 신경을 많이 썼다. 모나고 까칠하지만 저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염두해 두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차승원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묻자 다른 점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답했다. 그는 “저도 어떨 땐 까칠했다. 하지만 그게 진심은 아니다. 아마 만수도 비슷한 거 같다”고 했다. 실제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만수의 부성애에도 공감이 됐. 여러모로 저와 동떨어진 인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차승원은 영화 ‘신라의 달밤’을 시작으로 ‘라이터를 켜라’,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 등에 출연하며 외모와 상반되는 엉뚱한 매력과 ‘웃픈’ 상황에 놓인 캐릭터들을 찰떡같이 소화해내며 ‘차승원표 코미디’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스물‘, 이시영·오정세 주연의 ’남자사용설명서‘ 등 새로운 시각의 코미디 작품을 눈여겨봤다며 이런 작품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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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기한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등에 대해 차승원은 정말 착하고 좋은 배우들이라며 한껏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먼저 팀워크에 대해 그는 “같은 영화를 찍는다고 다 친해지진 않는다. 밥도 따로 먹을 때가 많은데 저희는 늘 같이 먹었다. 소소한 걸 공유하며 더 가깝고 살갑게 느껴졌다”고 돈독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김)성균이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인간적이고 성품이 좋은 친구였다. (김)혜준이는 막내라 어려웠을 텐데 나름 당차다. 아무리 놀리고 그래도 꼿꼿하게 열심히 한다”고 칭찬했다. 특히 이광수에 대해 “이 영화를 광수가 한다고 했을 때 쾌재를 불렀다. 유재석에게도 (좋은 얘기를)많이 들었다. 연기도 감각적으로 잘하지만 엄청나게 성실한 친구다. 어떤 역할을 하던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내는 친구”라고 극찬했다.
“전 일상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평범하고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차기작 활동도 열심히 하겠다.” 20여 년 전 영화를 대하던 30대 시절과 50대인 현재 여러 점에서 달라졌다는 차승원은 “예전에는 아무래도 미숙했다. 지금도 완숙하지는 않지만, 내 삶을 캐릭터에 녹여내는 부분이 그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내 것만 보는 경향이 컸다면, 지금은 두루두루 시선을 두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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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