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지난해 8월 11일 잠실 LG전에서 위기를 넘긴 후 환호를 보내는 관중들에게 박수로 응답하고 있다. 잠실 |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프리에이전트(FA) 등급제가 적용되지만 보상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냉정히 봤을때 기량도 정점에서 내려오는 지점에 있다. 무엇보다 시장에 이들만 있지 않다. 야구계 분위기도 전소속구단 잔류에 무게를 둔다. 다가오는 겨울 스토브리그 주인공은 양현종(33)과 김현수(33)가 아닐 확률이 높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스토브리그부터 FA 등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두 번째 FA 자격을 행사하는 양현종과 김현수는 B등급으로 분류된다. B등급 보상규모는 보호선수 25인외 한 명+연봉 100%, 혹은 연봉 200%다. A등급 보상규모 보호선수 20인외 한 명+연봉 200%, 혹은 연봉 300%보다 규모가 작다.

그런데 이들의 연봉이 만만치 않다. 양현종은 지난해 KIA에서 연봉 23억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양현종을 영입하는 팀은 보호선수 25인외 한 명+23억원, 혹은 46억원을 KIA에 건네야 한다. 김현수는 연봉 10억원으로 보호선수 25인외 한 명+10억원, 혹은 20억원이 보상규모로 책정된다.

물론 보상규모가 완벽한 보호막이 되지는 못한다. 그런데 FA 계약은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가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이듬해 만 34세인 양현종과 김현수는 미래 가치보다 현재 가치가 높다. 각각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와 타자로 자리매김했고 즉시전력감으로 손색이 없으나 향후 더 뛰어난 활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양현종은 올해 미국에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0마일(약 144.8㎞)을 찍었다. 이전처럼 꾸준히 150㎞를 던지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김현수는 지난 6일까지 타율 0.288 15홈런 7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6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기록인데 지난해 기록한 타율 0.331 22홈런 117타점 OPS 0.923보다는 못하다.

김현수에게 있어 최적의 시장은 1년 전이었다. 김현수는 꾸준히 국제대회에 출장하면서 2020시즌 후 FA 자격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 겨울 LG와 계약 당시 김현수 측과 LG 구단 모두 김현수가 3년 후 FA가 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기간 4년이 명시된 만큼 김현수는 규정보다 계약 기간을 따랐다.

[포토]돌아온 캡틴 김현수, 궤적 보면 확실하지!
LG 3번 김현수가 지난 8월 11일 잠실 SSG전에서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만일 지난 겨울 김현수가 FA 시장에 나왔다면 외야 최대어가 됐을 게 분명하다. 당시 주요 외야 FA는 최형우와 정수빈이었다. 최형우는 3년 최대 47억원에 KIA에 잔류했고 정수빈도 6년 56억원에 두산에 남았다. 다가오는 겨울은 상황이 좀 다르다. 김현수 외에 나성범, 김재환, 박건우, 손아섭, 박해민이 FA 시장에 나온다. 미래 가치를 보면 만 31세 박건우가 가장 높고 거포로서 생산력에 초점을 맞추면 나성범과 김재환이 우위를 점한다. FA 계약규모는 영입 경쟁을 통해 결정된다. 외야 FA가 많은 게 이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야구계 분위기 또한 양현종과 김현수의 잔류를 전망한다. 양현종 에이전트 스타스포츠 최인국 대표는 “양현종 선수는 KIA 프랜차이즈 스타다. 우리 입장에서도 KIA와 좋은 계약을 맺는 게 1순위 목표다. 서로 만족스러운 방법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에이전트 리코스포츠 이예랑 대표 또한 LG의 결정이 김현수 FA 계약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KIA와 LG가 그동안 시장에서 보여준 자금력을 고려해도 이들이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을 확률은 낮아 보인다.

더불어 LG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김현수의 역대 최고 FA 계약 가능성도 높지 않다. 샐러리캡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대형계약은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온다. LG는 2022년 겨울 임찬규와 유강남이 나란히 FA 자격을 얻는다.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2017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이대호가 체결한 4년 150억원 FA 계약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다.

오히려 시장 중심에는 이적 가능성이 높은 FA가 자리할 수 있다. 야구계는 SSG, 한화, KIA가 이적이 유력한 외야수를 노릴 것으로 예상한다. 또다시 두산 FA들이 주목받고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