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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프리에이전트(FA)로 공시가 되더라도 선수가 자격을 신청해야 한다. 구단이 감수하는 영입 리스크는 크지 않지만 시장이 얼마나 뜨거울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게다가 당장 연봉이 올라가려면 FA를 신청하지 않고 잔류하는 게 낫다. 그래도 2차 드래프트처럼 유망주 시장으로 전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퓨처스리그 FA 제도를 신설해 중고참 선수들에게 이적 문을 열어놓았다.
KBO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통해 오는 겨울부터 퓨처스리그 FA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격년제로 진행됐던 2차 드래프트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중고참 선수들이 이적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도록 이른바 2군 선수에게도 FA 자격을 주기로 결정했다. KBO리그 등록일이 60일 이하 시즌이 통산 7시즌 이상인 선수에게 퓨처스리그 FA 자격이 주어진다. 단 당해 1군 등록일수가 145일 이상이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FA 계약시 연봉은 직전 시즌 연봉의 100%를 초과할 수 없고 계약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퓨처스리그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전 소속구단에 연봉 100%를 지급해야 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이적을 통한 기회, 구단 입장에서는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을 노릴 수 있다. 퓨처스리그 FA 자격이 주어지는 선수들만 봐도 그렇다. 두산 국해성과 이동원, LG 류원석, NC 강동연, 롯데 김건국 등이 최대어로 예상되는데 이들 모두 연봉 6000만원 이하다. 1억원 가량을 투자해 150㎞를 던지는 파이어볼러 혹은 잠실구장도 쉽게 넘기는 거포 자원을 영입할 수 있다.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시 보상액 3억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만 하다.
메이저리그(ML)는 오래전부터 KBO 2차 드래프트 혹은 퓨처스리그 FA와 흡사한 제도인 룰5 드래프트를 이어가고 있다. 최고 성공사례는 요한 산타나, 조시 해밀턴, 댄 어글라, 호세 바티스타 등이다. 이들 모두 첫 소속팀에서는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고 주로 마이너리그에 머물렀으나 룰5 드래프트 이적 후 기량을 꽃피웠다. 산타나는 새 유니폼을 입고 두 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네 차례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빅리그 최고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해밀턴은 텍사스에서 특급 외야수로 활약하며 2010년 MVP가 됐다.
KBO리그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두산 이동원과 LG 류원석은 구위만 놓고 보면 어느 투수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제구 보완이 이뤄진다면 얼마든지 1군 무대에서 필승조로 활약할 수 있다. 스위치히터 국해성도 실패한 1라운드 지명자였다가 룰5 드래프트 이적 후 대반전을 이룬 해밀턴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난 네 차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반전을 이룬 선수도 많다. 하지만 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올라서거나 타이틀 홀더가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재학이 2차 드래프트 이적 후 신인왕을 수상한 게 가장 굵직한 사례였다. 그런데 퓨처스리그 FA라면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동원 혹은 류원석이 홀드 혹은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하거나 국해성이 장타력에 정확성을 더해 골든글러브 후보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다가오는 겨울 퓨처스리그 FA 대상자 30여명 중 누군가는 신데렐라맨으로 우뚝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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