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동경. 박진업기자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울산 현대 공격형 미드필더 이동경(24)은 ‘K리그1 대세’로 불린다. 정교한 왼발을 주무기로 하는 그는 지난달 31일 울산이 리그 우승 경쟁을 이어가는 데 중대한 경기였던 수원FC와 홈경기에서 오른발로 결승포를 해내며 주목받았다.

김학범 감독이 지휘했던 도쿄올림픽 대표팀(U-23)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이동경은 스타 선수가 즐비한 울산에서는 지난해까지 붙박이 주전이 아니었다. A대표팀을 오갈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수비력 부족 등으로 후반 조커 역할 위주로 나섰다.

하지만 올림픽 본선을 경험한 뒤 한 차원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 홍명보 감독 체제의 울산에서 이동경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있다. 올림픽 이후 최근 석 달 사이에만 공식전 6골을 터뜨렸다. 리그에서만 5골이다. 단순히 득점력만 좋아진 게 아니라 공격 지역에서 강한 압박으로 상대 패스 줄기를 끊는 데도 역할을 하는 등 수비력도 한층 나아졌다.

이동경은 이런 진화를 언급하자 “ 올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체력 훈련을 많이 했는데, 그런 면에서 스스로 많이 올라온 것 같다”며 뛰는 힘이 늘었음을 강조했다. 공·수 모두 원하는 대로 플레이가 되니 자신감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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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경이 지난달 3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 K리그1 34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26분 오른발 결승포를 해낸 뒤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동경의 오름세를 주목하는 건 홍 감독 뿐 아니다. 월드컵 최종 예선에 한창인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다. 벤투 감독은 오는 11일 아랍에미리트(UAE·홈), 16일 이라크(원정)와 최종 예선 5~6차전에 나설 대표팀 엔트리에 변함없이 이동경을 집어넣었다.

최근 스페인 라 리가 마요르카에서 출전 시간을 늘리는 이강인이 ‘벤투호’에 좀처럼 승선하지 못하는 건 이동경의 오름세와 맞닿아 있다. 이재성(마인츠), 황인범(루빈 카잔) 등이 주전급으로 활약 중인 가운데 이동경이 충분히 대체 구실을 할 컨디션으로 보고 있다.

이동경은 아직 A대표팀에서 주전급은 아니다. 그가 최종 예선 들어 선발 기회를 잡은 건 지난 9월7일 레바논과 2차전(1-0 승) 한 번에 불과하다. 당시 일부 선수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는데 58분을 뛰고 물러났다. 그리고 그 대신 투입된 권창훈이 결승골을 넣은 적이 있다.

이동경의 성장 속도를 지켜본 여러 전문가는 대표팀 내 주전 경쟁에서도 충분히 이겨내리라고 본다. 홍 감독은 이동경이 A대표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더욱더 적극적인 공간 침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감독은 “이동경은 컨디션, 자신감 모두 좋다. 다만 대표팀 수준에서는 더 위협적이어야 한다. 지금 2선에서 공을 받고 연계하고, 슛까지 나무랄 데 없지만 (페널티박스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재성, 황인범을 비롯해 벤투 감독이 중용하는 남태희(알 두하일) 등 포지션 경쟁자들은 배후 침투에 일가견이 있다.

이동경이 ‘벤투호’ 최대 격전지로도 꼽히는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진화한 모습으로 어필할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