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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한 명은 구단 역사상 최대규모 FA(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또 다른 한 명은 우승을 향한 회심의 트레이드로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우승은 이루지 못했고 이제 둘다 FA 시장에 나온다. 정상을 바라봤다가 준플레이오프(준PO) 무대에서 2021년을 마친 LG, 그리고 외야수 김현수(33)와 내야수 서건창(32) 얘기다.
이번에도 가장 늦게 오프시즌을 맞이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 7일 준PO 3차전 패배로 시즌이 종료됐고 이제부터 오프시즌 모드다. 모든 팀이 그렇듯 LG 또한 오프시즌 핵심은 FA 영입 여부다. 특히 내부 FA인 김현수와 서건창에게 시선을 둘 수밖에 없다. 둘 다 올해 2, 3번 타순을 오가며 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만 둘의 타격지표 차이는 상당히 컸다. 김현수는 타율 0.285 OPS(출루율+장타율) 0.811, 서건창은 타율 0.254 OPS 0.694다.
시장 가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김현수는 여전히 특급 외야수로 평가받는다. 반면 서건창은 예전처럼 리그 정상급 2루수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커리어로우 시즌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김현수가 좌익수 OPS 리그 3위에 자리한 반면 서건창은 2루수 OPS 리그 5위다.
무엇보다 김현수는 두 번째 FA 자격을 행사하면서 B등급 FA인데 서건창은 A등급 FA다. 즉 LG를 제외한 팀이 서건창을 영입할 경우 LG에 20인 보호선수외 1명+연봉 200%, 혹은 연봉 300%로 보상이 이뤄진다. 서건창의 올해 연봉은 2억2500만원이다. B등급인 김현수의 보상 규모는 25인 보호선수외 1명+연봉 100%, 혹은 연봉 200%다. 김현수의 올해 연봉은 10억원이다.
LG 입장에서 우선순위 또한 가치와 비례한다. 김현수가 서건창보다 우선순위에서 앞선다. LG는 4년전 구단 역대 최고 계약규모인 115억원을 들여 김현수를 영입했다. 4년 동안 김현수는 539경기를 뛰며 타율 0.319 OPS 0.883을 올렸다. 시즌마다 기복이 있었으나 LG에서 김현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라운드 위에서 뿐만이 아닌 그라운드 밖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했고 2019년부터 3년 동안 주장을 맡고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팀 성적이다. 김현수와 함께하는 4년 동안 우승을 기대했는데 한국시리즈는 커녕 플레이오프 무대도 밟지 못했다. 김현수가 주장 완장을 찬 시점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소득이지만 늘 올해처럼 부족함을 느끼며 시즌을 마쳤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김현수 자신이 포스트시즌에서 고전했다. 과거 두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가을야구 징크스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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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말 키움에서 LG로 트레이드된 서건창은 유니폼이 바뀐 후 성적이 하락했다. 전반기 키움에서 타율 0.260 OPS 0.725를 기록했는데 후반기 LG에서는 타율 0.247 OPS 0.655에 그쳤다. 커리어로우 시즌을 보냈고 나이를 고려하면 에이징커브도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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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어느정도 답은 나왔다. 김현수는 잔류를 목표로 움직이되 4년 전처럼 100억원 규모를 투자할 수는 없다. 시장 흐름에 따라 금액이 결정되겠지만 첫 번째 FA 계약보다는 규모를 작게 책정하는 게 맞다. 서건창은 시장에서 수요가 없다면 LG가 주도권을 잡는다. 과거 송은범, 진해수, 차우찬 계약처럼 인센티브로 안전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1년 후 샐러리캡 제도가 시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제부터는 슬기롭게 돈을 써야 한다.
물론 시장이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 FA가 공시된다. 김현수와 서건창이 FA를 신청하고 며칠후 시장이 열린다. LG 그룹이 야구단을 두고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도 지켜봐야 한다. 그룹에서 차명석 단장을 포함한 프런트 오피스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변화의 폭이 커질 수 있다. 전임 양상문 단장은 정규시즌 종료 직후인 2017년 10월초, 송구홍 단장은 2016년 12월초에 선임됐다. 차 단장은 2018년 10월말부터 3년 임기를 시작했다. 단장 교체가 있다면 앞으로 한 달 이내가 유력하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