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성 정면돌파

가을축제와 방출은 같이 온다. 샴페인을 터트리는 사이 누군가는 짐을 싼다. 프로는 10명이 들어오면 10명이 나가야 하는 구조다. 전체 판은 커졌는데 층은 여전히 얇다.

포스트시즌 전후로 각 구단은 방출 명단을 발표한다. 명단에 들어간 선수는 ‘잘렸다’는 현실에 크게 낙담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없다. 오히려 생각의 전환이 요구된다. 한단계 낮은 리그로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KBO리그에서 나처럼 많이 잘린 선수는 없다. 심장에 굳은살이 박힐 정도다. 대학졸업 후 지명을 못받았으니 시작부터 잘린 셈이다. 프로에 입문하고도 방출과 트레이드로 7차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하고 칼바람을 맞은 경험도 많다. 7팀을 돌면서 6번의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그리고 축제가 끝나면 짐을 쌌다.

7번 잘리면서 나도 괴로웠다. 인생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때 발상의 전환을 하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견디지 못했을거다. 힘든 상황에서도 내가 의기소침 하지 않고 버틴 얘기를 하고 싶다.

프로에서 잘렸다는 건, 야구를 더이상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보다 낮은 리그가 존재한다. 환경이 바뀔 뿐이고 먼저 매 맞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차디찬 칼날도 경험이다. 게다가 이미 프로를 맛봤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도전하면 된다. 성공 확률을 높일 기회다. 군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잘린걸로 인생 끝났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미국 프로야구는 싱글A부터 시작해 빅리그까지 여러 단계가 존재한다. 추신수(SGG)도 마이너리그에서 10년간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빅리거가 됐다. 국내야구는 미국처럼 다단계 리그가 존재하지 않지만 독립리그와 실업야구를 마이너리그로 생각하면 된다. 후배들이 ‘방출이 아니라 한단계 내려갔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비록 그곳 환경이 열악하지만 다시 프로가 될 수 있다.

내가 독립야구리그에 참여하고 야구사관학교를 만든 이유도 같은 연장선이다. 나이 어린 선수들의 경우, 특출한 몇몇을 제외하고 프로에 갈 준비가 안된 경우가 많다. 그런 선수들은 미국처럼 하위리그에서 더 담금질 해야 한다. 추신수도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더 단단해져서 올라가면 된다..

또한 방출되지 않았다고 마냥 기뻐할 필요도 없다. 프로선수는 축제와 방출의 중간에 있다. 샴페인을 터트리며 자만하다가 방출되기도 하고, 반대로 방출되었지만 다시 가을축제를 즐길 수도 있다.

저니맨 대표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