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는 우리카드
우리카드 선수들이 12일 KB손해보험전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웬만해선 우리카드를 막을 수 없다.

V리그 남자부의 우리카드의 최근 기세는 말 그대로 ‘폭주기관차’ 같다. 파죽의 8연승을 달리며 리그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12일 리그 2위 KB손해보험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면서 두 팀의 승점 차는 4점으로 줄어들었다. KB손해보험이 40점, 우리카드가 36점으로 사실상 한 그룹에 묶은 양상이 됐다. 선두 대한항공까지 포함하면 3파전이 만들어진 모습이다.

우리카드는 3라운드 초반까지만 해도 3승11패로 부진했다. 외국인 선수 알렉스가 난조를 겪었고, 세터 하승우도 흔들렸다. 전체적으로 팀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우승후보로 평가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승권과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3라운드 중반부터 달라졌다. 경기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알렉스와 하승우의 호흡이 맞기 시작했고 국내 선수 에이스인 나경복이 중심을 잡으면서 지난 시즌의 경기력을 회복했다.

여기에 레프트 한 자리를 군 전역한 송희채가 채우면서 경기력이 완성됐다. 송희채는 13경기에서 46세트를 소화하며 94득점을 책임졌다. 경기당 7.2득점으로 많은 득점을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45.89%의 준수한 공격성공률로 나경복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공격보다는 수비 쪽 공헌도가 더 높다. 38.29%의 리시브 효율, 여기에 세트당 1.5회의 디그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우리나이로 41세인 베테랑 센터 하현용의 존재도 절대적이다. 하현용은 세트당 0.727회로 블로킹 1위에 올라 있다. 리그 최고의 센터로 꼽히는 신영석(한국전력 0.662회), 최민호(현대캐피탈 0.607회)에 앞서 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결장했던 하현용이 돌아오면서 우리카드는 세트당 2.415회의 블로킹으로 이 부문 2위에 자리한 상태다. 선두 한국전력(2.725회)을 근소하게 추격하고 있다.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센터 김재휘도 팀에 보탬이 된다. 그는 하현용과 함께 중앙에서 높이를 더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기세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우리카드는 8연승을 달리는 동안 풀세트 접전을 벌인 적이 없다. 세트스코어 3-1 승리는 두 번뿐이나 나머지 6경기에서 모두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8경기 걸린 24점을 싹쓸이 하면서 순식간에 최하위에서 선두권으로 도약했다.

그 흐름을 유지하면 우리카드는 곧 선두권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가 연승가도를 달리는 동안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의 페이스는 오락가락하다.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은 4라운드 들어 치른 네 경기에서 2승2패로 흔들렸다. 두 팀은 최근 하위권에 있던 삼성화재에게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우리카드가 과연 구단 통산 최다연승인 10연승까지 달성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카드는 지난 2019~2020시즌 10연승을 기록한 적이 있다. 앞으로 2승만 추가하면 동률을 이루게 된다. 3승을 더하면 신기록을 달성한다. 최근 경기력이라면 그 이상도 가능해 보인다.

대진도 좋은 편이다. 우리카드의 4라운드 남은 상대는 현대캐피탈과 OK금융그룹이다. 만만한 팀들은 아니지만 중하위권에 있는 팀들로 외국인 선수의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3라운드에서 우리카드가 완승을 거둔 기억도 있다.

여기에 더해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이 맞대결을 벌이는 것도 우리카드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다. 두 팀 중 하나는 패하기 때문에 우리카드가 치고 나갈 여지가 있다. 여러모로 좋은 흐름을 타는 상황에서 우리카드가 선두권에 균열을 내며 진입하고 있다. 상위권 3팀의 본격 순위싸움이 기대된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