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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민이 15일 강원도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린 제19회 전국 장애인동계체육대회 선수부 남자 알파인스키 대회전(좌식)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스포츠서울 | 횡성=최민우기자] “그때는 너무 열악했다.”

장애인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한상민(43)은 오랜 시간 태극마크를 달았다. 1996년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된 후 어느덧 27년이 지났다. 긴 세월이 흐른 만큼 국제 대회 무대 경험도 많다. 특히 한상민은 한국 패럴림픽 사상 첫 메달리스트로 유명하다. 처음 출전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패럴림픽 알파인 좌식스키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대회에 나섰지만, 메달은 따지 못했다.

한상민은 지난 15일 강원도 횡성웰리힐리파크에서 제19회 전국 장애인동계체육대회 도중 스포츠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첫 패럴림픽 메달을 땄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20년 전이라 기억이 잘 안난다”며 잠시 회상에 잠겼다. 한참이 지난 후 한상민은 “처음 국제 메이저 대회에 참가했다. 1차전 때 높은 순위에 랭크돼서 놀랬다. 감독님이 ‘처음이니까 편하게 하자’고 하시더라. 2차전 피니시 라인을 지나보니 메달 획득이 확정됐더라. 정말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소환했다.

한상민
솔트레이크시티 장애인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스키선수 한상민이 시상식이 끝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큰 대회인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가 됐지만,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장애인 체육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열악했다. 전지훈련은 고사하고 장비를 구입하기도 버거웠다. 뿐만 아니라 국제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포인트를 획득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패럴림픽은 포인트 순으로 경기를 치른다. 포인트가 적었던 한상민은 다른 선수들보다 후순위로 밀려났고, 설질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스키를 탔다. 한상민은 “그때는 너무 열악했다. 좋은 여건에서 운동을 했다면,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2018 평창 패럴림픽 이후 장애인 체육의 관심이 높아졌고, 보다 나은 환경이 조성됐다. 한상민은 “지금은 정말 좋아졌다. 특히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도 좋은 시스템을 제공해 준다. 예산도 더 많아졌다. 훈련도 많이 할 수 있고, 장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시합도 많이 나갈 수 있다. 포인트를 따야 하는 대회는 참여 가능하다”며 달라진 환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베이징 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된 한상민은 후회 없는 경기를 다짐하고 있다. 부상으로 빠진 2014년 소치 대회를 제외하면, 벌써 다섯 번째 도전이다. 그는 “이번 패럴림픽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 선수라면 당연히 메달 획득이 목표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어 “후배들도 국제 대회 경력이 많지 않은데, 풀 죽지 말고 잘했으면 한다. 앞으로도 이런 대회에 많이 참여할 선수들이다. 마음 편하게 경기를 치르길 바란다”며 어린 선수들을 다독였다.

miru0424@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