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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김영권.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바코(조지아), 아마노 준(일본), 레오나르도(브라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력 공격수 연쇄 이탈로 흔들린 울산 현대가 초반 순항하는 데엔 외인 3총사의 한 방이 결정적이었다. 다만 이들이 빛나는 데엔 조력자가 있기 마련이다. ‘주장’ 이청용의 안정적인 리더십과 더불어 그라운드 안팎에서 살림꾼 구실을 하는 건 국가대표 붙박이 센터백 김영권(32)이다.

김영권은 지난해 홍 감독이 울산 부임이 확정된 직후부터 원했던 핵심 카드다. 마침내 ‘울산 홍명보호’ 2년 차에 그가 합류했다. 그리고 김영권은 아직 개막 후 4경기밖에 뛰지 않았음에도 홍 감독이 왜 그토록 원했는지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2010년 FC도쿄에서 프로로 데뷔한 김영권은 지난해까지 일본과 중국에서만 뛰었다. 아시아 타 리그보다 힘과 스피드가 뛰어난 K리그에서 얼마나 이르게 적응할지 관심사였다. 그러나 오랜 기간 K리그에서 뛴 것처럼 그라운드에서 탁월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프로 12년 차, 월드컵을 두 번(2014 브라질·2018 러시아)이나 경험한 관록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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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홍 감독이 김영권을 원한 가장 큰 이유는 수비의 실질적 리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외인 수비수 불투이스(네덜란드)가 울산 붙박이로 뛰었으나 시즌 중 기복이 심하고 동료와 소통에서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김영권은 기대대로 전,현직 국가대표 동료와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팀을 리그 최소 실점 1위(1실점)로 이끌고 있다.

세부 경기력에서 홍 감독이 김영권에게 바라는 점 중 하나는 원활한 후방 빌드업이다. 풋살 대표 출신인 김영권은 왼발잡이 센터백이라는 희소가치와 더불어 개인 전술이 뛰어나고 패스 정확도가 높다. 실제 김영권의 발끝에서 울산의 공격이 시작되고 있다. 그는 지난 4경기에서 279회 패스 성공으로 이 부문 팀 내 1위다. K리그1 전체에서는 7위에 매겨져 있다. 빌드업 능력을 엿볼 지표 중 하나인 전방 패스만 따지면 130회로 역시 팀 내 1위이자 K리그1 전체 4위다. 그보다 많은 수치는 오스마르(212회), 기성용(155회), 이한범(145회) 등 FC서울 3명의 선수밖에 없다.

김영권의 가치는 경기력 외적으로도 두드러진다. 아마노, 레오나르도처럼 J리그 출신 외인과 일본어로 소통하면서 팀에 적응하는 데 누구보다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경기 중 이들이 동료에게 어필하고 싶은 얘기는 김영권을 거치기도 한다. 두 외인 공격수가 이르게 ‘울산맨’으로 거듭나는 데도 김영권의 손길이 닿아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