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하는 홍명보 감독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1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FC서울과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울산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타이밍까지 들어맞는다. ‘홍명보 지략’이 울산 현대의 순항을 이끌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 현대는 지난 11일 FC서울과 K리그1 5라운드에서 2-1 역전승하며 4연승을 달렸다. 개막 이후 4승1무(승점 13)로 12개 팀 중 유일하게 무패 가도를 달리면서 선두를 유지했다.

초반 오세훈의 이탈로 원톱 부재에 시달린 울산은 바코와 아마노 준을 선봉에 둔 ‘제로톱’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전술의 안정은 곧 용병술도 수월하게 이끈다. 홍 감독이 알맞은 타이밍의 교체 작전으로 2경기 연속 효과를 봤다.

홍 감독은 지난 6일 우승 경쟁 팀인 전북 현대와 시즌 첫 맞대결에서 상대가 전반 이르게 U-22 카드를 접고 문선민, 송민규 주력 공격수를 투입하자 맞불을 놨다. 전반 29분 브라질 새 외인 공격수 레오나르도를 투입했다. 팀 훈련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그를 모험적으로 기용한 것이다. 그러나 레오나르도는 투입 10분 만에 오른발 결승포로 ‘현대가 더비’ 1-0 신승을 이끌었다.

기성용 공 뺏는 바코
울산 바코가 서울 기성용의 공을 빼앗고 있다. 울산 | 연합뉴스

서울전은 용병술이 더욱더 결실을 봤다. 전반 4분 조영욱에게 선제 실점한 울산은 후반 13분 김성준 대신 바코가 교체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코는 투입 2분이 지나 이청용의 크로스를 정교하게 머리로 떨어뜨리면서 엄원상의 동점골을 도왔다. 후반 44분 레오나드로의 페널티킥(PK) 결승골로 울산이 역전승하는 데 기폭제가 됐다.

홍 감독은 서울전에서 승리 동력이 된 용병술과 더불어 전술적으로도 빼어난 대처 능력을 뽐냈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센터백 김기희가 예기치 않은 부상을 입었다. 임종은마저 부상으로 빠진 터라 포백 중앙 수비 요원은 김영권밖에 없었다. 그러자 홍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을 투입했고, 박용우를 내려 김영권과 스리백을 두게 했다. 이들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냈다.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박용우는 갑작스럽게 최후방을 맡으면서도 96.4%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김영권도 93.8%다. 노련한 스리백 라인 운용을 바탕으로 윙백으로 돌아선 설영우, 김태환이 유기적으로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다. 결국 후반 막판 PK를 얻어낸 것도 설영우였다. 홍 감독은 “실전에서 스리백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훈련서 해봤으나 처음 가동한 것 치고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울산은 지난 5경기에서 제로톱 선봉인 바코, 아마노에 이어 ‘신입생’ 레오나르도, 엄원상이 모두 골 맛을 보며 내부 자신감이 더욱더 쌓이고 있다. 울산 부임 2년 차를 맞아 팀은 물론 K리그 흐름에 완벽하게 적응한 홍 감독의 지략이 통하는 분위기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