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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좀처럼 거포 우타자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현재 타선에서 중심이 되는 선수들도 대부분이 좌타자다. 하지만 영원한 갈증은 없다. 어쩌면 올해가 그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LG 우타자 송찬의(23)가 야수진에 기분 좋은 균열을 만들고 있다.
시범경기 기간 가장 강렬한 뉴페이스 중 한 명이다. 송찬의는 2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시범경기에서 첫 타석부터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상대 선발투수 신민혁의 초구 높은 패스트볼을 과감히 공략해 2연속경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로써 송찬의는 시범경기 3호포를 기록하며 시범경기 홈런 부문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송찬의는 다음 타석인 3회초에도 좌측 펜스앞까지 향하는 큰 타구를 만들었다. 바람 영향으로 펜스 앞에서 타구가 잡혔지만 장타 재능을 갖췄음을 재차 증명했다. 송찬의는 이날까지 5번의 시범경기에서 타율 0.313(16타수 5안타)을 기록 중이다. 안타 5개 중 홈런이 3개, 3루타가 1개다.
장타력 만큼 흥미로운 부분은 포지션이다. 시범경기 기간 내내 내야와 와야를 가리지 않고 포지션을 이동한다. 이날도 송찬의는 6번타자 1루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후 경기 중 2루수로 이동했다. 시범경기 동안 포수와 3루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지난해 1루수와 3루수를 주로 맡은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포수를 제외한 전포지션이 가능하다.
마냥 아무 곳이나 이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LG 류지현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송찬의의 타격 재능은 물론 수비수로서 재능도 살펴봤다. 수비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야 센터라인도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외야수 출장을 두고는 “지난해에도 코너 외야수를 본 경험이 있다. 캠프 중 외야 수비 훈련도 했다. 시범경기인 만큼 외야수로 나갔을 때 모습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야수진 구성과 코로나19에 따른 변수다. 언뜻 보면 야수진 베스트9이 확정된 것으로 보이는 LG지만 야수 대부분이 멀티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채은성은 우익수와 1루수를 두루 맡을 수 있고 리오 루이즈는 3루수와 2루수를 모두 소화한다. 주전 야수 중 누군가 체력안배를 위해 지명타자로 나서도 수비에서 공백이 크지 않다. 송찬의 입장에서는 1루수 채은성과 3루수 김민성, 코너 외야수 김현수와 홍창기 중 누군가 체력안배를 위해 지명타자로 출장할 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야수진 체력안배와 더불어 코로나19도 비주전 선수들에게 기회다. 주축 선수가 일주일 가량 이탈한 사이 새로운 얼굴이 자리를 꿰찰 수 있다. 류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선수들이 이탈한 경우도 신경쓰고 있다. 지금처럼 준비한다면 선수 한 두 명이 이탈해도 무리없이 라인업을 꾸리지 않을까 싶다”고 야수진 뎁스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즉 자리는 얼마든지 나온다. 송찬의가 지금처럼 절정의 타격감을 유지하면 개막 시리즈 지명타자 출장도 무리는 아니다. 개막 시리즈 상대 KIA가 좌투수 양현종을 내세운다고 예상하면 더 그렇다. 볼카운트 3-0에서 자신있게 휘두르는 모습, 그리고 무안타 경기 후에도 흔들림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지도자가 누구든 기회를 주고 싶게 만든다.
물론 아직 내부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거포 이재원(23) 또한 도약을 바라본다. 주전포수 유강남도 절치부심하며 시즌을 준비한 결과가 시범경기부터 나오고 있다. 우타자 갈증를 풀어낼 적임자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