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펼치는LG손주영[포토]
LG 좌완 선발투수 손주영이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기자]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지명 당시 왼손 파이어볼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프로 입단 후 오히려 구속이 줄었다. 선수 또한 이를 두고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마음대로 야구가 안 됐고 도피하듯 현역에 입대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야구와 떨어지니 답이 보였다. 야구를 향한 절실함이 커졌다. 전역 후 마음을 다잡고 훈련하면서 몸부터 달라졌다. 그리고 올시즌 첫 등판 경기에서 당당히 최고 구속을 찍었다. LG 선발투수 손주영(24)이 본격적인 도약을 알렸다.

커리어에 굵직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올림픽 대표팀을 상대로 호투, 통산 첫 선발승과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도 기록했으나 이보다 강렬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인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잠재력을 증명했다. 자신의 최고 구속을 경신하면서 힘으로 한국 최고 타자와 빅리그 올스타 출신 타자를 이겼다. LG 또한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토종 선발진에 청신호를 밝혔다.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이다. 지난 6일 고척 키움전에서 손주영은 최고 구속 149㎞ 패스트볼을 앞세워 6이닝 1실점했다.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패스트볼을 구사하며 꾸준히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다. 이날 던진 97개의 공 중 66개가 패스트볼이었고 65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세 차례 이정후를 상대해 모두 범타처리, 야시엘 푸이그와 세 번 대결에서도 안타 없이 볼넷 하나만 범했다. 경기 후 손주영은 “149㎞는 처음 기록해봤다. 고등학교 때도 최고 구속은 145㎞였다”며 “나도 던지면서 놀랐다. 타자들이 쳐도 배트가 밀리고 파울이 나오거나 뜬공이 되더라. 그래서 코너워크보다는 그냥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고 미소지었다.

이전에도 구속이 나오지 않았을 뿐 구위는 타고난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손주영의 패스트볼 분당회전수(RPM)는 2500대까지 나온다. KBO리그 최정상급이다. 패스트볼 구속이 140㎞ 초반에 머물 때도 정타가 많이 나오지 않은 이유다. 191㎝ 장신에 유연함, 그리고 힘까지 갖춘 것을 고려해 LG 구단 내부에서는 손주영을 최고 유망주로 꼽았다.

LG 차명석 단장은 손주영의 전역 후 훈련 모습을 보고 “150㎞를 던지는 왼손 선발투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서건창을 얻기 위해 정찬헌을 포기한 이유도 손주영의 도약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시즌 첫 등판에서 당시 기대했던 모습이 나왔다. 손주영은 “5, 6월 정도 되면 150㎞도 가능할 것 같다. 작년에는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올해는 컨디션이 정말 좋다. 그리고 보통 5, 6월에 컨디션이 많이 올라온다. 150㎞ 가능하다고 본다”고 재차 자신감을 보였다.

손주영의 도약은 LG 팀으로 봐도 더할나위 없는 호재다. 토종 선발진, 특히 5선발에 물음표가 붙었는데 손주영이 올라서면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뀐다. LG 류지현 감독은 6일 경기 후 “손주영이 시즌 첫 등판임에도 정말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다음 등판에도 기대가 된다”며 미소지었다. 주말 3연전에서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돌아오는 것을 고려하면 LG는 켈리~아담 플럿코~이민호~임찬규~손주영으로 5인 로테이션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새 얼굴이 나오는 팀이 강팀이다. 불과 3년 만에 필승조를 20대 젊은피로 재편한 LG가 토종선발진 연령대도 크게 낮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민호와 함께 손주영도 자리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