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하는 김태진
지난 3일 키움 김태진이 광주 KIA전에서 배트를 짧게 잡고 타격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타석에서 모습부터 예사롭지 않다. 어떻게든 출루한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구보다 짧게 배트를 잡고 끝까지 공을 보며 스윙한다. 어느덧 세 번째 유니폼인데 유니폼이 바뀔 때마다 절실함은 더 커진다. 지난달 25일 KIA에서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김태진(27) 얘기다.

그야말로 알토란 같은 활약이다. 타선에서는 부상으로 이탈한 리드오프 이용규의 공백을 메우고, 수비에서는 만능키 구실을 한다. 1루와 3루, 그리고 좌익수와 중견수까지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맡고 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정말 잘 해주고 있다. 고교시절부터 2루수와 3루수를 했다고 하는데 1루수도 맡겨보니 괜찮다”며 “지금 우리팀에는 확실한 거포가 없다. 출루하고 연결하면서 점수를 뽑아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김태진이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키움 이적 후 김태진은 19경기에서 타율 0.301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좌익수, 1루수, 3루수로 각각 다른 자리에 배치되면서도 안타 2개 이상을 터뜨렸다. 다양한 포지션 만큼이나 타석에서 자세도 눈에 띈다. 배트 손잡이 부분이 완전히 드러날 정도로 배트를 짧게 잡는다.

홍 감독은 이를 두고 “거의 반토막으로 잡는 것 같다. 바깥쪽 공을 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라면서도 “그만큼 맞히고 출루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처음 왔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았는데 점점 더 짧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작은 지난해 함평이었다. 김태진은 25일 잠실 LG전을 마치고 “KIA 2군에 있을 때 이범호 총괄코치님의 조언으로 이렇게 짧게 잡게 됐다”며 “코치님께서 ‘너는 스피드가 있고 맞히는 능력도 있다. 네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타구를 만들어야 한다. 내야수로 타구가 향해도 백핸드로 잡게 하면 충분히 살아나갈 수 있다’고 하셨다. 코치님의 조언으로 맞히는 데에 집중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맞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후에는 (정)수빈이형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수빈이형처럼 FA 계약을 한 선수도 짧게 잡고 치면서 살아나가는데 나도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배트를 길게 잡아야 하나 싶더라”며 “NC에서도 짧게 잡고 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짧지는 않았다. KIA에서 더 짧아졌고 키움에 와서는 KIA 때보다 더 짧아졌다. 지금이 가장 짧다. 더이상 짧게 잡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3이닝 퍼펙트 김윤식에 첫안타 뽑은 김태진 [포토]
키움 1번타자 김태진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LG트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4회초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트레이드를 통한 환경 변화가 발전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김태진도 그렇다. NC에서 KIA로 이적하면서 자신이 추구할 방향을 찾았고, 키움에서 이를 실현하고 있다. 김태진은 “키움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동료들에게 에너지를 받으며 나도 힘이 나는 것 같다”며 “팀 분위기도 좋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전적으로 선수들을 믿어주신다. 감독님께서 언론에 내가 잘 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기사를 봤다. 감독님이 강조하신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내 자신에게도 뿌듯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어느 유니폼을 입든 야구에 임하는 자세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태진이다. 늘 투지가 넘치고 동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제 그 결과가 그라운드 위에서 드러나고 있다. 짧게 잡은 배트와 꾸준히 터지는 안타는 김태진이 품은 절실함의 증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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