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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이대로면 한국축구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일본 쇼난에서 열린 제17회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정기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0-5 완패를 당했다. A대표나 연령대 대표 경기가 아닌 교류전 성격의 대회이긴 하지만 다섯 골 차 패배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대학축구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예고된 참사라고 입을 모은다. 전반기 U리그 종료 후에도 대학 지도자들은 지난 시즌보다 리그 수준이 하향평준화 됐다며 우려했다. 한국 대학축구의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K리그 유스 시스템의 정착으로 최고 유망주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프로 무대로 직행하는 케이스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경우에 따라 곧바로 해외에 진출하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대학을 굳이 가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난지 오래다. 대학이 유망주를 보유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또 다른 원인은 입시 제도에 있다. 우리나라는 ‘공부하는 선수 만들기’를 목표로 엘리트 선수가 운동뿐 아니라 학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입시에 축구 실력과 고등학교 실적뿐 아니라 성적이나 면접 등을 반영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선수를 직접 지도하고 가르치는 감독은 선택권이 전혀 없는 학교들이 많다. 이로 인해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입시에 합격하는 케이스가 연이어 발생한다. 반대로 아무리 축구 실력이 좋아도 그밖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입시에서 낙방하는 선수들이 나온다.
입시 과정에 감독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이유는 있다. 과거 일부 지도자들이 부정한 돈을 받고 입학에 관여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부정을 막아야 하는데 현재 시스템은 아예 좋은 선수도 선발하지 못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대학축구 경쟁력 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이다. 대학축구 사정을 잘 아는 에이전트는 “제도적으로 감독이 잘못된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는 게 맞다. 자신이 지도할 선수를 아예 뽑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해경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체를 선언한 것과 똑같은 논리”라고 말했다.
입학 후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C학점 이하 과목이 나오면 U리그에 출전할 수 없다. 20대 초반의 선수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 성적으로 출전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실제로 이로 인해 1년을 날리는 유망주들이 적지 않다. 기초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잘 알지만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게 일선 관계자의 공통 의견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 감독은 “C학점은 일반 학생도 받는 성적이다. 출석을 아예 안 했다면 출전 기회를 박탈할 수 있지만 C를 받았다고 못 뛰게 하는 건 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대학축구는 한국축구의 뿌리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K리그 유스에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지만 프로 시스템이 모든 유망주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뒤늦게 대학 무대에서 꽃 피는 선수들도 있다. 대학축구는 전통적으로 유망주 배출의 산실이다. 현재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황의조나 김민재, 정우영, 김문환, 엄원상 등이 모두 대학 무대에서 성장해 프로를 거쳐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대학축구가 무너지면 한국축구를 지탱하는 바퀴 중 하나가 빠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
공부를 강조하는 현재의 방향성이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가면 한국축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