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220707_121221991_04

KakaoTalk_20220707_121221991_02

[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대본을 받자마자 미친 사람이라 생각했다. 더불어 내가 어떤 연기를 해도 대중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었다.”

25년차 배우 김태훈(47)은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최종병기앨리스’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을 이같이 표현했다.

‘최종병기앨리스’는 ‘킬러 앨리스’라는 정체를 숨긴 전학생 겨울(박세완)이 비폭력으로 학교를 평정한 겨울(송건희)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태훈은 극중 앨리스를 쫓는 킬러 스파이시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가 연기한 스파이시는 전 세계 어린이들을 모아 킬러로 키워내는 인물이다. 가장 아끼는 애제자 앨리스의 총을 맞아 성불구자가 된 그는 마약에 취해 환각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앨리스의 뒤를 쫓는다.

OCN ‘나쁜 녀석들’, MBC ‘앵그리맘’ 등에서도 전형적인 악역을 연기했지만 이처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인물 연기는 김태훈에게도 일종의 도전이었다.

“초창기 대본은 더 실험적이었다. 내가 앨리스를 찾는 장면은 아예 알몸으로 설정돼 있었다. 감독님이 내 몸 상태를 알고 알몸신을 없애지 않았을까 추측만 해본다.(웃음) 어쨌든 스파이시 입장에서는 가장 아끼는 제자에게 신체를 훼손당했으니 배반감과 억울함이 컸으리라 본다.”

KakaoTalk_20220707_121221991_03

KakaoTalk_20220707_121221991_01

때마침 지난해 출연한 tvN 드라마 ‘나빌레라’ 촬영 때 십자인대가 파열돼 절뚝이며 걸은 게 캐릭터 형성에 한 몫했다. 김태훈은 “부상으로 걸음걸이가 불편했는데 성불구라는 스파이시의 캐릭터 설정에는 오히려 이런 걸음걸이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파이시를 표현하기 위해 김태훈이 참고한 인물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이다. “등장만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위압감을 느끼는 인물로 연기하고 싶었다.” 총칼로 상대를 위협하기보다 기괴한 웃음과 복수심에 찬 눈빛이 섬뜩함을 안기는 스파이시 캐릭터는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최종병기앨리스’는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이병헌 감독이 총연출과 대본을 쓰고 신인 서성원 감독이 공동연출 및 대본 작업에 참여했다. 때문에 이 감독 특유의 ‘말맛’과 B급 정서가 돋보였다. 김태훈이 ‘어떤 연기’를 하든 두 감독 모두 열린 마음으로 이를 수용하기도 했다.

“서성원 감독님은 솔직하고 편한 사람이다. 현장에서 대본을 수정해야 할 경우에도, 이유가 명확하면 흔쾌히 동의하곤 했다. 이병헌 감독님은 딱 한번 촬영장에서 만났다. 야외 촬영때 누군가 내 의자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알고보니 이병헌 감독님이었다. 나도 낯을 가리는 편인데 감독님도 만만치 않았다. (웃음) 영화 ‘스물’을 좋아했는데 ‘최종병기앨리스’에도 ‘스물’같은 유머 코드가 녹아있어 반가웠다.”

7b712579e2c697bb5ed038f247673f66

12_still02

‘최종병기앨리스’를 이끈 주역인 박세완, 송건희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스파이시가 가장 아꼈던 애제자 앨리스를 연기한 박세완은 평소 절친한 배우 김선영을 통해 익히 소문을 들었다며 “연기할 때 집중하는 모습, 주연배우로서 현장의 분위기를 이끄는 힘을 보며 대성할 것이라 여겼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송건희가 주는 에너지도 만만치 않았다. 킬러 스파이시가 여름과 독대하는 5분간의 장면은 송건희와 어마어마한 기싸움이 오갔다. 김태훈은 “두 사람 모두 차세대를 이끌어 갈 배우”라며 “앞으로 어마어마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태훈도 연기열정 만큼은 젊은 배우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는 “평소 집착하는 게 연기”라며 “내 삶이 너무 평범하다보니 표현이 제한적인 것 같아 내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집착적으로 연기를 반복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내 연기를 관대하게 보지 못해 고민이었다. ‘최종병기앨리스’는 변신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작품이다. 차기작은 독립영화와 글로벌 OTT 편성작이다. 연이은 OTT 출연이지만 해외 진출보다 내 집착의 근원인 ‘연기’에 몰두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왓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