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창원=김동영기자] 두산에 지명된 후 시구를 했던 학생 선수가 있다. 투타 모두 재능이 넘치던 선수. 그런데 그 시구가 하늘 높이 날아가고 말았다. 폭투 시구다. 그 선수는 입단 후 ‘타자’가 됐다. 3년이 흘러 자신의 타구를 저 높은 곳으로 보냈다. 통산 1호포. 주인공은 김대한(22)이다.
김대한은 1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NC와 주중 시리즈 첫 번째 경기에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1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이 1안타가 홈런이었다.
0-1로 뒤진 2회초 안재석의 볼넷과 조수행의 안타로 1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김대한이 상대 선발 신민혁의 초구 시속 138㎞짜리 몸쪽 낮은 투심을 받아쳤다. 타구는 순식간에 좌측 담장을 넘어 경기장 밖으로 사라졌다. 그야말로 벼락 같은 홈런. 비거리 125m가 나왔다. 벤치에 있던 선배들은 무관심 세리머니를 펼쳤다.
김대한의 홈런으로 두산이 3-1 역전에 성공했고, 경기도 연장 접전 끝에 11-7의 승리를 따냈다. 김재환이 올 시즌 첫 번째 멀티 홈런 경기를 만들며 날았고,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결승타도 터졌다.
무엇보다 김대한에게 뜻깊은 날이다. 지난 2019년 1차 지명자. 계약금 3억5000만원을 받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2018년 10월13일 잠실구장에서 시구에 나섰다. 투수로서 시속 150㎞를 던졌고, 타자로서도 맹타를 휘둘렀다. ‘천재과’다. 그런데 이날 시구에서 긴장한 탓인지 포수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게 던지고 말았다.
당시 시구를 보던 김태형 감독이 물을 마시다 순간적으로 뿜어냈다. 김 감독에게 김대한을 어떻게 쓸지 묻자 “저렇게 던지는데 투수 되겠어요?”라며 웃었다. 그렇게 ‘타자 김대한’이 확정됐다.
|
재능은 있었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19년 단 19경기 출전에 그쳤다. 15타수 무안타 3볼넷, 타율 0.000이다. 퓨처스에서도 타율 0.153에 그쳤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퓨처스에서만 있었고, 타율 0.206을 기록했다. 대신 2019년 4홈런, 2020년 2홈런을 치며 나름의 파워는 보였다.
2020년 8월 현역병으로 입대했고, 2022년 2월 전역했다. 올 시즌을 착실하게 준비했고, 지난 3일 1군에 올라왔다. 이후 7경기에서 타율 0.125를 기록중이다. 빼어난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12일은 기억에 남을 날이 됐다. 데뷔 첫 홈런을 쳤다. 지난 3일 첫 안타를 때렸고, 이번에는 대포다. 좌측 관중석을 넘어 도로변까지 날아간 타구다. 찾기 쉽지 않았으나 홈팀 NC 쪽에서 발빠르게 움직여 공을 찾아왔다.
김대한은 “짜릿하다. 맞는 순간 넘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베이스를 돌면서 기분이 좋았다. 더그아웃에 들어왔는데 선배들이 예상대로 축하를 안 해주시더라. 그 자체로도 기분이 좋았고 재밌었다”며 웃은 후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이것 또한 경험이 될 것이다. 어느 순간, 팬들이 기대하시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며 각오를 다졌다.
팬들에게 고마움도 표했다.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 멀리 창원까지 원정 응원 와주신 분들, 또 1년에 8경기뿐인 원정에도 우리를 응원해주시는 창원의 두산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함성에 덕분에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던 것 같다.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2000년생도 수두룩하다. 김대한은 같은 나이인데 예비역이다. 해결할 것은 다 해결했다. 이제 잘하는 일만 남았다. 허공 위로 공을 뿌렸던 학생이 어엿한 1군 선수로 올라섰다. 김대한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