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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민 울산 U-18 감독이지난 22일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충남 천안시 내 숙소인 라마다앙코르바이윈덤천안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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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수 포항 U-18 감독이 지난 22일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충남 천안시 내 숙소인 라마다앙코르바이윈덤천안취재진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천안=김용일기자] 현역 시절 K리그 톱클래스 수비 자원으로 활약한 현영민(43) 울산 현대 U-18(현대고) 감독과 황지수(41) 포항 스틸러스 U-18(포항제철고) 감독은 나란히 2017년 은퇴했다. 그리고 올해 현역 때 몸담은 클럽의 유스 수장으로 입성했다. ‘닮은꼴 궤적’이다.

그것도 ‘동해안 라이벌’ 울산과 포항의 미래 젖줄을 이끌어 책임감이 남다르다. 두 감독은 지난 22일 K리그 유스 챔피언십 고등부 경기가 진행 중인 충남 천안시에서 취재진과 만나 생애 첫 ‘감독직’을 수행하는 삶을 들여다봤다.

현 감독은 2002년 울산에서 프로로 데뷔해 2017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은퇴할 때까지 K리그 통산 437경기 9골55도움을 기록했다. 2006년엔 러시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통해 유럽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은퇴 이후 축구 해설가로도 활동한 그는 최근까지 예능 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골때녀)’에서 여자 셀럽 축구팀을 이끄는 사령탑으로 활동했다.

올해 울산 U-18 지휘봉을 잡고 정식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현 감독은 “골때녀를 통해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예능이지만 (경기에서) 졌을 때 선수와 눈물을 흘리지 않았나. 난 중학교 이후 울어본 적이 없는데 함께 땀 흘린 시간이 스치며 눈물이 났다. 노력 속에서 결과가 따르지 않을 때 실망감 등을 통해 여러 감정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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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런 경험 때문인지 현 감독은 울산에 온 뒤 ‘K리그 유스 팀 중 분위기만큼은 가장 좋은 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가장 큰 변화는 워밍업 시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음악이다. 그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선수들이 부담을 내려놓는 게 좋은 것 같다. 결과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지는 데, 난 선수들이 주말리그에서 설령 져도 경기를 보러오신 부모와 1박2일 시간도 보내게 한다”고 말했다.

유스가 결과에 대한 부담에 짓눌리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게 만드는 데 디딤돌을 놓고 있다. 현 감독은 현역 시절 훈련 방식이나 지도자 인터뷰 등을 기록해둔 자신만의 ‘미래 노트’도 충실히 활용하고 있다. 그는 “아직 어린 선수들이니 운동장에서 눈치보지 않고 역량을 발휘했으면 하는 마음에 과거 노트를 참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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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황 감독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포항 원클럽맨으로 뛰었다. 지난해까지 1군 코치를 지내다가 올해 유스 사령탑을 맡았다. 그는 “아무래도 성인을 대할 때와 학생을 대할 때 괴리감은 있다. 그러나 (성인 팀을 경험한 만큼) 이 친구들이 바로 프로에 가서 U-22 자원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경기력, 멘탈, 전술적으로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유스 선수들은 포항이 1군이 사용하는 퍼포먼스센터로 주 1회씩 이동해 전문적인 피지컬 훈련을 받고 있다. ‘스틸러스의 피’가 흐르는 황 감독의 이러한 정책에 선수 만족도도 높다. 또 황 감독이 한 팀에서 여러 지도자를 겪은 만큼 구단 철학에 맞는 장점을 조합해 자신만의 지도 철학을 만들고 있다.

그는 “파리야스 감독이 계실 땐 기존 규율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결과를 냈다. 무조건 (선수를) 잡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황선홍 감독께서는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시면서 좋은 경쟁 체제를 만들었다”고 떠올렸다. 또 “유스지만, 안주하지 않고 서로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변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스틸러스의 전통을 이어갈 재목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