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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쉬겠냐고 아예 안 물어봅니다.”
키움 김혜성(23)이 ‘탈인간급’ 회복력을 선보이며 조기에 돌아왔다. 최초에는 시즌 아웃을 말했는데 졸지에 키움이 엄살을 부린 모양새가 됐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근성이 있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홍원기(49) 감독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김혜성은 지난 3일 문학 SSG전에서 왼쪽 중지 중수골 부상을 입었다. 골절상에 인대 손상까지 입었다. 부상 당시 홍 감독은 시즌 마감을 시사했다.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2차 검진은 희망적이었다. 수술을 피했고, 재활로 된다고 했다. 치료 및 재활에 3~4주라 했다.
그런데 23일 덜컥 복귀했다. 20일 만에 돌아왔다. 곧바로 경기도 나섰다. 23일 두산전에 교체로 들어가 1안타 1득점을 기록했고, 24일 롯데전에는 선발로 나서 1안타 1볼넷을 만들었다. 2루 수비 또한 깔끔했다.
홍 감독은 “3주 쉰 선수가 맞나 싶다. 1~2일 정도 쉬었다가 돌아온 선수 같다. 열정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다. 마음이 급하면 뼈도 빨리 붙나 싶을 정도다. 본인이 잘 준비했고, 몸이 건강하기에 빨리 회복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 시절부터 봤다. 경쟁의식과 투쟁심이 강한 선수다. 실패를 했을 때 반드시 해내겠다는 투지가 남다르다. 아직 어려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분하니까 분을 풀기 위해 승부욕을 발휘한다. 대단한 선수다”고 강조했다.
이런 투쟁심으로 인해 아파도 잘 빠지지 않는다. 2020년 142경기에 출전했고, 작년에는 144경기 전 경기에 나섰다. 올해도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뛰었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2년 연속 전 경기 출장이 가능할 뻔했다.
이쪽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홍 감독은 “잠실 두산전에서 김혜성이 정수빈과 충돌해 다리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그때 병원에 가지 않았다. 진단만 받아도 1~2주가 나오지 않나. 그게 싫었나보다. 절뚝이면서 경기를 뛰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김혜성은 옆에서 뜯어말려야 쉰다. 아니면 계속 경기에 나간다. 그래서 이제 김혜성에게 쉬고 싶은지 묻지 않는다. 물으면 뛰겠다고 하니까. 그냥 ‘너 오늘은 쉬어라’ 하고는 뺀다”며 웃었다.
김혜성은 올 시즌 타율 0.315, 4홈런 46타점 79득점, 34도루, 출루율 0.372, 장타율 0.404, OPS 0.776을 기록중이다. wRC+(조정득점생산력)는 123.3을 찍고 있다. 시즌 실책 11개로 작년의 1/3 수준이다. 사상 최초로 유격수·2루수 골든글러브 석권에 도전한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좋기에 가능하다. 그리고 강한 의지가 밑바탕에 깔렸다. 선한 인상에 잘 웃는 선수지만, 근성이 차고 넘친다. 사령탑이 휴식을 ‘강제’해야 할 정도라니 말 다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하늘을 찌른다. ‘미친 근성’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