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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천만 호감배우 유해진이 구수한 입담으로 길었던 무명시절을 회고했다.
16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유해진은 “중학교 때 고(故) 추송웅 선생님의 연기를 우연히 봤는데 엄청 몰입해서 봤다. 그때 ‘내가 하고싶었던 게 저건가’ 그런 생각을 했다”라고 연기와 운명적 만남을 떠올렸다.
하지만 배우가 꿈이라고 하는 그를 지지해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그는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구들도 반대했다. 그때는 꽃미남만 배우를 할 때니까. 또 배우하면 굶고 어렵게 사는 경우도 많았다. 군대에서 휴가나올 때마다 아버지가 ‘제대하면 뭐할 거냐’ 물으셨다. ‘배우 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그랬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말년휴가를 나와서도 배우를 하겠다고 하자 처음으로 승낙이 떨어졌다. 유해진은 “아버지가 네가 마음이 굳은 것 같으니까 열심히 해라 하셨다. 그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유해진은 배우의 꿈을 꾸고 연극과를 지원했지만 두번이나 떨어지고 다른 학교 의상학과를 갔다. 뒤늦게 27세에 서울예대에 들어가 꿈을 펼칠 수 있었다.
그는 “졸업 후 극단 동랑에서 생활했다. 나중에 목화에도 있었고 류승룡, 박희순, 임원희 등이 다 거기 출신이다”라면서 “힘들 때라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 한번은 비데 조립 아르바이트가 들어와서 류승룡이랑 같이 갔다. 되게 힘든 날 앉아있으면 누가 일자리를 제안하더라. 길거리 캐스팅을 그렇게 당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해진은 “영화로 데뷔했을 때 나이가 28세였다. 일이 없고 불안할 때마다 산을 많이 찾았다. 그래서 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 받았을 때 ‘국립공원 북한산한테 고맙다’고 수상소감을 한 적도 있다. 남산도서관도 많이 갔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작고 강한 족적을 남기던 유해진은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6년간의 무명을 끝냈다. 광대 ‘육갑’으로 35세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 유해진은 “나 스스로 서른 다섯 전에 무명배우의 마지노선을 정했는데 좋은 기회가 됐다”면서 “당시 ‘왕의 남자’를 부안에서 찍었는데 이번에 ‘올빼미’를 부안에서 찍으니까. 감회가 좀 남달랐다”고 말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올빼미’에서 유해진은 처음으로 왕 역할을 맡았다. 그는 “광대 역을 할 때는 돌바닥에서 머리를 조아리느라 엄청 더웠는데, 이번에 왕의 위치에서 쫙 둘러보게 되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