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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윤 선수.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스포츠서울] 지난 4일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박시윤 선수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다. 박시윤 선수는 2019년 10월7일 시흥시 독립리그 트라이아웃에서 처음 맛났다. 당시 어머니와 함께 현장에 왔다.

시흥시에서 독립리그 트라이아웃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박시윤 선수가 참가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독립리그가 무산이 됐다. 박시윤 선수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도전했지만 독립리그가 무산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야구를 포기하고 새로운 인생을 걷기로 했다.

고등학교~대학시절 자신이 늘 관심을 가졌던 보디빌더에 도전하기로 했다. 꾸준하게 노력한 끝에 보디빌더 대회에서 입상까지 하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철저한 자기 관리로 인해 보디빌더에서도 알아주는 선수가 됐다.

요즈음 박시윤 선수는 본인이 갖고 있는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후배들을 위한 봉사다. 좀더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후배 선수들이 야구하는데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부위를 강하게 해야 할지에 대해 열심히 가르치면서 재능기부하고 있다.

박시윤 어머니는 “아들이 못다핀 야구의 꿈을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나에게 동영상과 사진 그리고 편지를 보내왔다.

야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코로나로 인해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그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지내고 있다. 얼마 전 5월말 아쉬웠던 지난 기억을 선명하게 떠오르게 하는 사진과 문자를 받고 사색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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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윤 선수(왼쪽)와 어머니.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2019년 시흥시 독립리그 트라이아웃 당시 독립리그를 총괄하는 박대영 감독의 간곡한 부탁으로 참석하게 됐다. 참가한 선수들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그라운드에 내려가 일일이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소개를 받았다. 전국을 돌면서 진행했던 재능기부에서 만났던 선수들도 몇 명 있었다.

박시윤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해 배명중·고를 졸업했다. 야구를 꾸준하게 하다가 배명고등학교 2학년 시절 집안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 야구를 그만 두게 되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군대에 다녀오고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자신이 그렇게도 사랑했던 야구를 다시 하기 위해 이번 트라이아웃에 다시 도전한 것이다.

그라운드를 둘러 보던 중에 더그아웃 뒤편에서 참가선수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애절한 눈빛으로 그라운드의 선수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관계자와 참가선수를 제외하고는 아마 이 어머니가 유일한 방문객이어서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바로 박시윤 선수의 어머니였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랑스러운 아들을 위해 기꺼이 낯선 야구장을 찾아 아들을 격려해주며 땀을 닦아 주는 어머니의 모습에 유독 마음이 쓰였다. 참가 선수들의 모든 테스트를 마치고 트라이 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을 격려하였고, 박 선수의 어머니와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아들의 도전을 꼭 직접 보고 응원하고 싶어서 야구장을 찾았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자식에 대한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박시윤 선수는 트라이아웃에 합격을 위해 야구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혼자 독립해 개인운동을 꾸준히 했다. 불행하게도 시흥시 야구협회의 독립리그 운영이 무산되면서 박 선수의 원대한 도전과 꿈은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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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윤 선수(가운데).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결국 야구선수로의 꿈을 접고 대학 생활에 매진을 하는 것으로 인생에서 큰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쉬움 가득한 도전이 끝나고 서로 연락이 끊어졌다. 이후 1년이 훨씬 지난 어느 날 박시윤 선수의 어머니로부터 반가운 연락이 왔다. 야구선수의 꿈을 대신해 보디빌더 선수로 하루하루 열심히 땀 흘리며 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박 선수의 사진 몇 장을 첨부해서 보내줬다.

박시윤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잘하기 위해 고등학교와 대학시절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모양이다. 야구선수의 꿈을 접고 자신이 해 왔고 자신이 좋아했던 일들을 찾으면서 전문 헬스 트레이너 코치가 되기로 꿈을 정했다고 한다. 늘 그랬듯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일과가 끝난 후 피트니스장을 찾아 보디빌더 선수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자신과 싸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0개월 만에 큰 대회에 당당히 입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야구선수의 꿈은 좌절 되었지만 단 한번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하게 달려온 박시윤 선수가 자랑스럽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꿈을 위해 열정과 인내를 가지고 도전하는 것이 흔하지 않다고들 이야기한다. 나는 박 선수의 새로운 꿈을 도전하고 응원한다. 그러면서 트라이아웃에 와서 연신 아들을 격려하던 그의 어머니가 문득 떠올랐다.

야구선수를 꿈꾸던 그는 지금 인생에서 실패자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또 다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건강한 젊은이로 성장하였다.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만든 여러 이유 중에는 야구선수의 꿈을 잃어버렸을 때. 그리고 헬스 트레이너를 꿈꾸는 지금도 그의 꿈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어머니가 계셨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