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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왼쪽), ‘재벌집 막내아들’ 포스터. 사진 | ENA, JTBC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수요 없는 드라마 속 러브라인의 등장에 분통을 터트리다가도, 현실 남녀가 얽히고설키며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에 열광했다. 그야말로 사랑에 울고 웃은 2022년이었다.

올 한 해 방송가를 톺아보자면 K콘텐츠를 향한 글로벌 러브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은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이하 에미상) 6관왕을 달성했고, 주연 이정재는 데뷔 29년 만에 할리우드 진출 소식을 전했다.

◇‘우영우’·‘재벌집’, 썩은 러브라인 빼

올해 최고 흥행작을 꼽으라고 하면,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중 고민할 것이다. 전자는 채널 이름을 변경하고 새롭게 출발한 ENA를 알린 일등공신이고, 후자는 존폐 위기에 놓인 JTBC 드라마국의 구원투수다. 플랫폼의 다변화로 TV 드라마가 약세라고 하지만, 두 작품은 시청률과 화제성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의 대형 로펌 생존기다. 배우 박은빈이 주인공 우영우 역을 맡았다. 방송 직전까지도 흥행을 담보하는 배우로 여겨지지 않았던 그는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인물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려내며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폭발적인 시청률 상승 추이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0.9%로 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2회에서 1.8%로 2배 높은 성적을 냈고, 9회까지 단 한 번도 전 회차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마지막 회에서는 자체 최고 17.5%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인지도 낮은 채널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전 채널 드라마(일일극·주말극 제외) 시청률 1위를 지키며 올해가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이를 넘어선 드라마가 등장했다. 바로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사상 최초 ‘금토일드라마’를 표방한 ‘재벌집 막내아들’은 배우 송중기의 복귀작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관심은 방송 이후 더욱이 증폭됐다. 윤현우(송중기 분)가 진도준(송중기 분)으로 회귀한 원인을 추리하거나, 극 중 에피소드를 실제 한국 재벌의 일화와 비교하는 등 안방은 다채로운 시청 포인트에 푹 빠졌다. 이에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례적인 시청률 26.9%를 기록하며 끝을 맺었다.

그러나 큰 사랑을 받은 두 작품도 피하지 못한 지적이 있다. 불필요한 사랑 이야기가 극의 흐름을 해쳤다는 것.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우영우와 이준호(강태오 분)의 러브라인은 ‘섭섭한데요’라는 대사와 함께 인기를 얻었으나, 관계가 안착되니 재미가 반감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재벌집 막내아들’ 속 진도준, 서민영(신현빈 분)의 로맨스는 신현빈의 연기력 논란으로 번질 만큼 설득력 측면에서 혹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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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로’ 포스터(왼쪽), ‘환승연애2’ 포스터. 사진 | ENA·SBS플러스, 티빙

◇논란 속 연애 예능, 화제성 하나 획득했네

난데없이 꿀이 뚝뚝 떨어지는 드라마에 기함했던 시청자들도 ‘찐’ 사랑에는 반색했다. 티빙 ‘환승연애2’, ENA·SBS플러스 ‘나는 솔로’ 등 연애 리얼리티가 그 주인공이다.

‘환승연애’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지나간 연애를 되짚고 새 인연을 마주하며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가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6월 선보인 시즌1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지난 7월 시즌2가 방영됐다.

휴식기 동안 디딜 틈 없어진 연애 예능판에 호기롭게 올라탄 ‘환승연애2’는 기대와 걱정을 한몸에 받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단숨에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누적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 주간 시청UV 1위를 차지했고, MZ세대 시청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마지막 회는 지난 10월 28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공개됐는데, 접속자가 몰려 연결이 지연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12기째 방영 중인 ‘나는 솔로’는 결혼을 간절히 바라는 솔로 남녀들이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광수, 영식, 영철, 상철, 옥순, 현숙, 순자 등 출연진에게 주어지는 이름에 따른 캐릭터가 뚜렷하다는 점, 절박한 참가자들이 짧은 시간 동안 결실을 보려고 노력하면서 민낯을 드러낸다는 점이 주요 매력으로 꼽힌다.

특히 ‘돌싱 특집’으로 꾸려진 10기는 “손풍기 없어?”, “영식이 하나 획득했네”, “언성 낮추세요”, “(잘)난 척하는 거 되게 싫다고” 등 유행어 다수를 만들어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이에 지난 10월 26일 10기의 마지막 방송은 전체 기수를 포함해 자체 최고 시청률인 5.7%를 기록했고, 분당 최고 시청률은 6.2%까지 치솟았다. 10기 정숙은 최근 쿠팡플레이 ‘SNL코리아3’에 출연해 자신을 패러디한 배우 주현영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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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포스터. 사진 | 넷플릭스

◇“두 유 노” 아닌 “아이 러브”…K콘텐츠에 쏠린 글로벌 관심

2021년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은 K콘텐츠에 대한 주목도를 확연히 높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이 지난 9월 한국 드라마,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에서 드라마 시리즈 부문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받으면서 새 역사를 썼다. 아울러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여우 게스트상(이유미), 스턴트퍼포먼스상, 시각효과상, 프로덕션디자인상을 거머쥐었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해에 방영된 드라마 ‘연모’도 지난 11월 제50회 국제 에미상 시상식 텔레노벨라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 TV 드라마가 국제 에미상을 받은 것은 처음일뿐더러, 현대물이나 판타지물이 아닌 사극이 해외에서 인정받았다는 측면에서 더욱이 유의미하다.

이 가운데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후발주자인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K팝 관련 콘텐츠를 확장할 것을 천명했다. 동시에 한국 배우들을 대규모 프로젝트에 기용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이정재가 ‘스타워즈: 에피소드1 - 보이지 않는 위험’의 100년 전 이야기를 담은 ‘애콜라이트’를 통해 할리우드에 입성한다.

notglasses@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