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파트 코칭 논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표팀 이강철 감독(가운데)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첫 공식 훈련 에서 정현욱 투수코치(왼쪽), 배영수 불펜코치와 논의하고 있다. 애리조나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애리조나=윤세호기자] “무리수는 두지 않기로 했다.”

다시 백지에서 시작이다. 엔트리를 구성할 당시 선발과 중간 구분이 없는 마운드 변칙 운영을 고려했지만 정공법으로 선회할 방침이다. 즉 김광현, 양현종, 구창모, 고영표, 박세웅, 원태인, 소형준, 곽빈 등 선발투수들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야구 대표팀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보직파괴 없이 정상적으로 마운드를 운영하기로 했다.

대표팀 이강철 감독은 훈련 첫 날인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키노 콤플렉스에서 마운드 운영에 대해 “어제 코치들과 상의했는데 변칙은 조심하려 한다. 무리수는 두지 않기로 했다. 안 해본 것을 갑자기 시키면 어렵다”고 말했다.

당초 이 감독은 선발투수가 1회부터 등판하는 게 아닌 경기 중반에 등판해 2, 3이닝을 소화하는 그림을 그렸다. 투구수 제한이 있는 것을 생각해 강한 구위를 지닌 투수가 1, 2회에 기선제압에 나서고 이후 경험이 많은 김광현과 양현종이 경기 중반을 책임지는 청사진을 그렸다. 상황에 따라서는 고우석과 정철원 필승조 투수들이 경기 초반에 등판하고 이후 선발이 마운드에 서는 변칙 운영으로 최소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짓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역효과도 고려해야 했다. 김광현은 대표팀 소집 첫 날인 지난 15일 “그동안 선수 생활 대부분을 선발로 했다. 조금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익숙하지 않은 중간투수 등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 놓았다. 이 감독 또한 “보통 선발은 롱토스를 하고 마운드에 선다. 그런데 우리는 돔구장에서 본선 대회를 한다. 선발투수가 중간으로 나설 때 몸 푸는 것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김광현, 낯설지 않은 WBC 공인구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투수 김광현. 애리조나 | 연합뉴스

그래서 이 감독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투수들이 그동안 맡아온 보직에 맞춰 WBC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일단 투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 컨디션이 잘 올라오면 선발진은 선발을 맡고, 중간투수들은 중간에 투입한다. 애리조나에서 훈련하고 실전하면서 컨디션을 잘 체크하겠다”며 변칙운영 포기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결국 다가오는 WBC의 성패 또한 선발투수들이 좌지우지하게 될 전망이다. 대표팀이 2013, 2017 WBC에서 실패했던 것도 선발대결에서 밀렸기 때문이었다. 네덜란드, 이스라엘과 경기 초중반부터 상대에 주도권을 내줬고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선발투수가 없었고 타자들은 상대 선발투수에 맥없이 물러났다.

반대로 성공한 2006, 2009 WBC에서는 확실한 선발 카드가 있었다. 2006 WBC에서는 서재응이 에이스 구실을 했고 2009 WBC에서는 봉중근, 류현진, 윤석민이 선발진을 이끌었다. 2023 WBC 성패도 선발진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누군가는 에이스 구실을 확실하게 맡아줘야 호성적을 거둘 수 있다.

투수 파트 코칭 어떻게?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표팀 이강철 감독(왼쪽)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첫 공식 훈련 에서 정현욱 투수코치(오른쪽), 배영수 불펜코치와 선수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애리조나 | 연합뉴스

대표팀은 오는 17일 소집 이틀 만에 실전에 돌입한다. NC를 상대로 7이닝 경기로 평가전을 치르고 이에 맞춰 7명의 투수가 1이닝씩 투구한다. 아웃카운트에 상관없이 이닝당 투구수를 20개에서 25개 사이로 두고 투구수가 넘어가면 이닝이 종료된다. 등판 투수는 일찍이 확정됐다. 김광현, 고영표, 정철원, 원태인, 정우영, 이의리, 고우석이 NC 타선에 맞서 1이닝씩 소화할 계획이다.

고우석, 쌀쌀한 날씨를 이기는 패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 투수 고우석이 15일(현지시간) 훈련장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 도착하고 있다. 애리조나 | 연합뉴스

한편 이 감독은 KBO리그와는 다른 WBC 규정도 큰 변수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WBC에서는 이닝 시작시 등판한 투수는 타자 세 명 이상을 상대해야 한다. 9회까지 동점이면 10회부터 승부치기를 한다. 메이저리그와 동일하게 무사 2루에서 시작이다.

이 감독은 “투수가 타자 세 명을 무조건 상대하는 게 가장 큰 변수 같다. 나가서 볼넷 3번이면 끝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제구가 조금 부족한 투수는 1사, 혹은 2사에서 등판시킬 계획”이라며 “승부치기도 많이 어렵다. 이닝초 공격보다 이닝말 공격이 확실히 유리할 것이다. 승부치기까지 가면 라인업을 고려해서 움직이겠다. 그래도 일단 번트는 어느 정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규정에 맞춰 전략을 세우고 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