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박준범기자] “이게 되네요.”
6만4210명의 관중이 찾은 ‘2024 넥슨 아이콘 매치’. 실드 유나이티드(수비수 팀)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본경기에서 FC스피어(공격수 팀)을 4-1로 꺾었다. 결과는 무의미했다. ‘세상에 없던 매치’는 성사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경기에 앞서 넥슨 박정무 그룹장은 모습을 드러낸 뒤 “이게 되네요”라며 꿈의 라인업을 성사한 소감을 직접 이야기했다. 팬 역시 박 그룹장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름만 들어도 단번에 알 수 있는 레전드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였다. 콘셉트도 명확했다. 티에리 앙리와 파비오 칸나바로가 각각 공격수 팀과 수비수 팀 감독을 맡았다. 공격수 팀에는 앙리는 물론 디디에 드로그바, 안드레이 셰브첸코, 에덴 아자르, 루이스 피구 등이 포함됐다.
수비수 팀에도 국내 축구 팬에게도 잘 알려진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 안드레아 피를로, 야야 투레가 함께 했다. 국내 레전드들도 박지성, 김남일, 이천수, 안정환 등이 참가해 그 의미를 더했다.
더욱이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기에 앞서 트로피를 들고 등장해 큰 박수와 함성을 받기도 했다. 차 전 감독은 이후 자리로 이동하면서 팬과 일일이 악수했다. 그야말로 ‘아이콘’의 집대성을 이뤘다.
스피어는 공격수로만 구성됐는데 드로그바와 베르바토프가 중앙 수비진을 꾸리는 등 진귀한 광경도 일어났다. 강원FC 대표 이사를 맡고 있는 김병지는 스피어 골키퍼로 출전해 큰 환호를 받았다. 한 차례 하프라인 부근까지 드리블하며 화답했다. 하프 타임 때는 ‘올 타임 로우’가 축구 게임 FC온라인 테마송을 불러 흥을 돋웠다. 축구 팬도 승부보다 레전드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집중했다.
후반 막판에는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박지성이 등장해 경기장을 더욱 뜨겁게 했다. 박지성은 그라운드에 들어가자마자 안드레이 셰브첸코가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했다. 박지성의 과거 소속팀 교토 퍼플 상가(일본) 유니폼을 입은 한 팬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지성의 득점이 터지자 그의 현역시절 응원가인 ‘위송빠레’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박지성과 함께 뛴 적이 있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많은 팬 앞에서 좋은 축구와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줬다. 다시 뵙기를 희망한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네덜란드 레전드 세이도르프도 “환영받고 사랑을 느꼈다. 오랜만에 옛 동료, 선·후배들과 축구할 수 있어 뜻깊었다. 행복한 이틀이었고”고 만족감을 표했다.
내년에도 ‘아이콘 매치’가 열릴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아이콘 매치’는 국내에 축구 ‘축제’의 장을 새롭게 열어젖혔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