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김)도영이가 우승 축하한다고…”

삼성 류지혁(30)이 유쾌하게 웃었다. KIA 김도영(21)의 말실수를 떠올렸다. 한국시리즈에서 붙는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물러날 수는 없다.

류지혁은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후 김도영 얘기를 꺼냈다. “우리가 정규시즌 2위 확정한 후 다음 경기가 광주 원정이었다. 그날 비가 와서 실내에서 훈련했다. 지나가면서 김도영을 만났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때 (김)도영이가 ‘지혁이 형, 우승 축하드립니다’ 하더라. 말이 잘못 나온 거다. ‘2등 축하드립니다’ 해야 하는데 우승이 나왔다. 그래서 ‘도영아 고맙다.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고, 우승까지 할게’ 그랬다. 도영이가 굴린 스노우볼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삼성은 LG와 플레이오프에서 3승 1패로 웃었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최종 무대에 나선다.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류지혁도 함께다. 정규시즌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세 경기 출전해 7타수 3안타, 타율 0.429를 쳤다. OPS 0.985다.

KIA와 인연이 있다. 2020년 6월8일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에서 KIA로 이적했다. 2023년 7월5일 다시 트레이드되면서 삼성으로 왔다. 3년간 KIA 선수로 생활했다. 삼성 2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KIA 선수들과 친분이 두텁다. 류지혁에게 “형과 한국시리즈 하고 싶다”고 한 후배도 있다.

지난 9월22일 키움을 잡고 정규시즌 2위를 확정했다. 다음 경기가 9월23일 광주 KIA전이다. 여기서 KIA 선수들이 류지혁에게 축하를 전했다. 이 과정에서 김도영이 살짝 말실수했다. 류지혁으로서는 꽤 흐뭇한 후배의 실수가 나온 셈이다.

실제로 한국시리즈까지 갔다. 류지혁도 벤치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며 파이팅을 넣었다. 결과가 좋다. “정말 좋다. 4차전에 출전은 안 했지만, 벤치에서 진짜 마음 졸이면서 봤다. 나가서 뛰는 것보다, 벤치에서 보는 게 더 떨린다. ‘제발, 제발’ 하면서 봤다. 이겨서 기분 너무 좋다”며 웃었다.

이어 “우리 선수들 파이팅이 넘친다. 분위기가 올라간다. 좋다. 재미있다. (구)자욱이 형이 오면서 뭔가 더 단합되는 것 같다. 꼭 필요한 존재가 돌아왔다. 정말 다행이다. 이제 광주로 간다.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