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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가 19일(한국시간) 로얄 그린스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LET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26·뉴질랜드)가 결혼 후 첫 대회에서 우승을 따내 또 한번 돌풍을 예고했다. ‘천재 소녀’에서 번아웃 증세로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다가 세계랭킹 1위에 다시 오른 드라마틱한 골프인생에 꽃길이 열렸다.

리디아 고는 지난 19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 경제도시에 있는 로얄 그린스골프&컨트리클럽(파72·6256야드)에서 열린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총상금 500만달러)에서 21언더파 267타로 인도의 샛별 아디티 아쇼크를 1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출전한 대회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 이어 백투백 우승이다. 지난해 LPGA투어에서 상금왕, 평균타수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해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화려한 재기 시즌을 치렀는데, 새해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변함없는 기량을 뽐냈다.

지난해 12월 현대가(家) 정 준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신부가 됐는데, 신혼여행을 고향인 뉴질랜드로 떠나 전지훈련을 대신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번 대회 우승은 신랑의 외조와 꾸준한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그는 “지난 몇 달간 내게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다”며 “현실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였다. 골프장에서도 최대한 (현 상황을) 즐기려고 했다. 올해 첫 대회라 힘들었지만 생각 만큼 긴장하지는 않았다. 끝까지 잘 인내했다”고 말했다. 보란듯이 재기했고, 결혼도 했으니 들뜰 수 있는 환경이었다. 리디아 고는 “최고 선수들과 경쟁했기 때문에 경기에 집중했다. 공격적인 마인드로 나섰다”는 말로 승부사 기질까지 되찾았다는 것을 알렸다.

리디아 고가 부동의 세계랭킹 1위로 나서면서 올시즌 LPGA투어는 춘추전국시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손목부상을 털어내고 재기를 선언한 고진영을 비롯해 이번 대회에서 한국인 선수 중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린 유해란(14언더파 274타·공동 9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재기에 성공한 김효주(28·롯데), 허리와 어깨 부상을 털어낸 박성현, ‘플라잉 덤보’ 전인지 등이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LPGA투어는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즌 일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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