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최순호 수원FC 단장이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 단장은 2일 서울 장충동 앰버서더 풀만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K리그 명예의전당‘ 헌액식에서 1세대 선수 부문 헌액자로 선정된 데 이어 공헌자 부문에 뽑힌 박 명예회장의 추천인으로 무대에 올랐다.

박 명예회장은 1973년 포항제철 축구단(현 포항 스틸러스) 창단과 더불어 1990년 한국 최초 축구 전용구장 포항 스틸야드 건립, 1994년 전남 드래곤즈 창단 등 한국 축구를 위해 다방면으로 헌신한 인물이다. 2011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최 단장은 “박 명예회장을 처음 뵌 건 고등학교 3학년 봄이다. 더 큰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잊지 못한다”라고 첫마디를 한 뒤 눈물을 흘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클럽하우스, 축구전용구장 등 한국 축구의 수많은 ‘최초’를 이뤄냈다. K리그와 한국 축구의 유산이 됐다. 삶 속에서 좋은 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고 힘든 일이 있을 때 회장께서 계신 현충원을 찾곤 한다”고 말한 뒤 다시 울먹였다.

그는 박 명예회장을 두고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갖고 계셨다”고 추억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눈앞에 성과를 쫓을 때 시스템을 강조했다. 그 시스템 속에서 K리그가 발전했다. 최초의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헌액식을 앞두고 명예의 전당 선정위원인 안기헌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와 황종현 포항 전 단장이 박 명예회장의 아내인 장옥자 씨를 만나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명예회장을 대신해 아들 박성빈 씨가 헌액식 무대에 올라 대리 수상했다. 박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2년이 됐는데 이렇게 추억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축구를 참 좋아하셨다. 어린 시절 특별한 기억을 축구가 만들어줬다”며 “어김없이 들판에는 아이들이 공을 차고 뛰어논다. 주말에는 지역 프로팀의 유니폼을 입고 전용구장으로 향한다. 작지만 큰 행복을 경험한다. 이러한 모습이 선친께서 생각하신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아닌가 생각한다. 또 이동국, 홍명보, 최순호 등 포항의 가족과 함께해 더욱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세대 선수 헌액자로 선정된 최순호는 1983년부터 1991년까지 포항제철과 럭키금성에서 활약, 통산 100경기를 뛰며 23골19도움을 기록했다. 1984년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고, 1986년엔 포항제철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40여 년 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에 함께 했던 선후배와 동료들이 생각난다. 축구를 내 직업으로 선택했고 많은 곳에서 축구로 사회생활 했다. 내 축구 인생 50년이 넘도록 지켜봐 준 부모,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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